“대북정책 업그레이드 필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미국의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계기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북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신뢰외교’와 ‘균형정책’을 키워드로 하는 자신의 통일외교안보 구상을 설명하기 위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 대북정책과의 차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번영을 이루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면서도 “유연할 때는 더 유연하고 단호할 때는 더 단호하게 함으로써 안보와 교류,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접근에서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화로 갈 때는 대화, 협력이 많이 강화됐지만 원칙을 많이 깨뜨리는 경우가 생기고 또 강경으로 갈 때는 원칙을 지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압박하다 보면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햇볕정책과 대북압박정책을 모두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국민 안위에 관한 것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며 “북측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의미 있는 남북관계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남북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이냐”는 질문에는 “그게 아니고 (북측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는 “정부는 북한이 사과해야만 다음이 있다는 식의 ‘전제조건’을 내걸었다가 남북관계가 꽉 막히자 최근 ‘사과’라는 말도 꺼내지 않고 우회로를 찾지 않느냐”면서 “북한과 정부 모두에 북측의 일탈에는 확실하고 일관되게 대응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간담회를 열어 20여 분 동안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을 설명하자 당 일각에선 “정기국회 개회식과 한나라당 의원연찬회가 열리기 직전 개인의 대외정책 구상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연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친박계의 한 의원은 “지난달 31일 박 전 대표의 기고문이 실린 미국의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 9·10월호가 발간된 것에 맞춰 기자들의 질문이 있어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통일외교안보 정책 외의 다른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