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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러시아-호주 “한국서 오케스트라 大戰”

입력 | 2011-09-01 03:00:00

10, 11월 잇단 내한무대




① 베를린필을 이끌고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사이먼 래틀. ② 마레크 야노프스키, 유리 시모노프,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유리 테미르카노프(왼쪽부터). ③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사라 장. 마스트미디어 제공

올가을 한국에서 ‘세계 오케스트라 대전’이 펼쳐진다. 독일과 러시아, 호주의 이름난 악단들이 한국 무대에서 저마다 ‘트레이드마크’로 꼽을 만한 자신 있는 레퍼토리로 자웅을 겨룬다.

○ 탄탄한 독일 사운드

가장 이목을 끄는 악단은 영국 태생의 사이먼 래틀(56)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 15, 16일). 2005년 내한공연 때 래틀은 “베를린필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한, 땅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사운드를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취임 후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여온 그는 이번에 후기 낭만파 대표적 작곡가인 말러와 부르크너의 교향곡 9번을 골랐다. 래틀이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재직 시절부터 즐겨 지휘하고 호평 받아온 곡들이다. 손꼽히는 말러 해석자인 그가 세계 최정상 기량을 갖춘 악단을 통해 어떤 해석을 들려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작곡가 도시오 호소가와(細川俊夫·56)에게 위촉한 호른 협주곡 ‘꽃피는 순간’과 라벨의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도 연주한다.

같은 도시에 둥지를 튼 베를린 방송교향악단(10월 5, 6일)은 기량이 뛰어난 오케스트라들이 과거처럼 뚜렷이 구분되는 음색보다 비슷한 글로벌 사운드를 내는 추세에서도 보수적인 독일 전통의 음색을 고집하는 악단이다. 매끈함과 기능적 완성도를 함께 갖췄고, 저역부터 고역까지 정밀하게 한 덩어리로 어우러지면서 연극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한다는 평을 받는다.

지휘자 마레크 야노프스키(72)는 폴란드 태생이지만 누구보다도 정확한 독일 사운드를 추구한다. 레퍼토리는 야노프스키 하면 우선 떠오르는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3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다. 떠오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17)이 협연한다.

○ 화려한 러시안 사운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11월 8, 9일)과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 11, 13일) 모두 모국의 레퍼토리로 무장했다. 유리 테미르카노프(73)가 23년째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필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유리 시모노프(70)의 모스크바필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4, 6번을 선보인다. 차이콥스키 후기 교향곡 세 곡 모두를 러시아 악단의 연주로 들을 수 있는 셈이다. 예전처럼 ‘각 잡힌’ 러시아 사운드는 웬만큼 글로벌화된 음색으로 대치됐지만 힘찬 금관만큼은 여전하다는 평이다.

두 악단은 협연자로 바이올리니스트를 선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필은 사라 장(31)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그가 1998년 음반으로도 내놓은 이 곡은 화려한 테크닉으로 깊은 작품 이해로 연주 때마다 호평을 받는다. 모스크바필은 집시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렌드바이(37)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들려준다.

호주에서 온 시드니 심포니(11월 16, 17일)도 러시아 색채가 강한 사운드를 들려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이 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74)와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40),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3) 3명이 모두 러시아 출신이기 때문. 브람스 교향곡 1번,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과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아쉬케나지는 일본 엑스턴 레이블에서 이 악단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음반을 내놓은 바 있다.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지휘에 전념한 뒤 무르익어가는 만큼 어떤 색채와 느낌, 감수성을 표현해낼지 기대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