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관리본부 잠정조사결과 “살균제 쓰면 위험 47배 높아져”… 사용자제 권고 유가족 “역학조사에 의문”… 업계 “판매 잠정중단”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 폐 손상 환자가 몰렸던 서울아산병원의 2004∼2011년 환자 18명과 일반 호흡기 환자를 조사했더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때 폐 손상 위험이 47.3배 높아졌다”고 밝혔다. 폐세포에 직접 살균제 성분을 묻혀 보는 예비독성실험에서도 폐 손상이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는 가습기 안에 미생물이 번식하거나 물때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물에 섞어 사용하는 화학제품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화학성분을 흡입할 때 기관지부터 폐까지 염증이 일어나고 폐가 딱딱하게 굳어간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는 법적인 규제를 받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앞으로는 약사법에 명시된 의약외품으로 지정 고시해 제품 기준을 마련하고 관리감독을 하기로 했다.
한편 국내 가습기 살균제 업체들은 정부의 발표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정부 방침에 따라 시중 제품을 모두 회수하고 제품 출시도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가습기 세정제 시장은 연간 20여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업체들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가습기 세정제는 제품마다 성분이 다른데 정부가 이를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역학조사 결과만을 바탕으로 문제가 있다고 발표해 당황스럽다”며 “정확한 원인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Q. 왜 임산부 환자가 많았나.
Q. 바이러스가 아닌데 왜 환절기에 발병하나.
A. 겨울 내내 가습기를 사용한 뒤 봄에 발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폐 손상 환자들은 평균 3, 4년 동안 매년 4개월 정도 가습기를 사용했다. 물을 보충할 때마다 살균제를 섞었다면 매달 1병의 살균제를 쓴 셈이다. 노출 시간이 길고 흡입량이 많을수록 폐 손상이 심각했다.
Q. 샴푸, 화장품, 물티슈에도 살균제 성분이 사용된다는데….
A. 화장품, 샴푸 등은 단순히 피부를 닦아내는 정도다. 공기로 흡입되지 않는다. 폐로 독성물질이 흡수될 때는 정맥주사의 원리와 비슷하다. 공기 중에 떠돌다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비율과 폐로 흡수되는 비율은 큰 차이가 있다. 또 화장품에 쓰는 살균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안정성을 확인한 것들이니 안심해도 된다.
A. 살균제를 이용하는 이유는 안에 넣은 물이 오염되면 증기로 나오는 공기가 오염될 거라는 걱정 때문이다. 번거롭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청소해 주는 게 좋다. 가습기를 세척할 때는 먼저 손부터 씻고, 이어 부드러운 솔을 이용해 중성세제로 구석구석 씻어준다. 세제가 남지 않도록 3회 이상 헹군다. 물은 매일 갈아줘야 한다. 물통에 5분의 1 정도 물을 넣고 충분히 흔들어 안을 씻는다. 2회 이상이 좋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