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이용자에게 왜 병원으로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30대 중반의 한 남성은 “의료보험이 없으니…”라며 말을 흐렸다. 40대 초반의 여성은 “병원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크인 클리닉의 이용료는 일반 병원의 20∼40% 수준이다. 1차 의원 역할을 하는 셈인데, 간호사들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의료보험 비가입자는 2007년 2500만 명에서 2008년 4630만 명, 2009년 5070만 명으로 늘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절단된 손가락 봉합에 6000만 원이 든다는 영화 ‘식코’의 줄거리가 현실이다. 워크인 클리닉은 의료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이들이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더불어 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전문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전문 능력이 이사장의 자격 요건은 아닌 것 같다. 이사장 자리는 늘 정치적 안배로 결정됐다. 세계 최고의 제도라면서 정작 수장을 뽑을 때는 전근대로 돌아간다. 이러니 ‘건보공단 이사장=낙하산’이란 우스갯소리가 들려와도 이상하지 않다.
가령 2006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은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을 건보공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그는 5·31지방선거에서 대구 시장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누가 봐도 ‘보은 인사’다. 정형근 현 이사장 또한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이사장이 됐다.
이번에도 조짐이 이상하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다음 달 18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벌써 누구누구가 이사장이 될 거다, 누가 MB로부터 낙점됐다, 누구는 찍혔다라는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개각 과정에서 ‘물 먹은’ 인사를 앉힐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청와대와 복지부의 책임이 크다. 정 이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도 후임자를 적극 물색하지 않았다. 차기 이사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
정작 현실은 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는 수장 없이 치르게 될 확률이 커졌다. 기획상임이사가 이사장을 대행한다지만 업무 공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찾느라 시간이 걸리는 거라고 믿고 싶다. 내 사람을 챙기기 위해 자리를 비워두려는 ‘얄팍한’ 시간 끌기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