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라고? 6·25 때 장사하며 피난 생활을 하던 곳인데…."
아들의 차가 동대구IC를 통과하자 93세 노모는 눈시울을 붉혔다. 노환으로 평소 자유롭게 대화하기 힘들지만 이 순간만큼은 많은 말을 쏟아냈다. 6·25 전쟁 이후 모자가 함께 대구를 찾은 건 60여년 만이다. 본사가 홈플러스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오전 경기 보기 캠페인 이벤트 당첨자 이정득(93), 손영성 씨(61·전 진천 덕산중 교장) 얘기다.
모자에게 대구는 약속의 땅이다. 청주에 살던 이 씨는 6·25 당시 대구로 내려가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쟁 통에 헤어졌던 남편과 다시 상봉한 곳도 대구다. 이런 노모를 모시고 28일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손 씨는 "동아일보 덕에 어머니께 세계 최대의 육상 축제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을 드렸다. 이곳이 대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대구=유근형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