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의 경기대 토목공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올여름 홍수 피해를 저감시키는 데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도 하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고도 한다. 더구나 거의 모든 피해가 발생한 지천은 그냥 놔두고 피해가 없는 대하천의 본류 구간에는 22조 원이나 쓰면서 홍수 피해를 막지 못했으니 헛돈을 썼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 방지에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우선 4대강 사업을 전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4대강 사업은 치수만의 단일 목적 사업이 아닌 이수, 친수, 수질 개선 등을 위한 다목적 사업이다. 따라서 이번 비에 대해 치수 효과로만 4대강 사업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구나 보(洑)가 완공돼 홍수 조절이 가능하지도 않은 이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4대강 준설 효과로 한강(여주)에서는 2.54m, 낙동강(상주) 3.78m, 금강(연기) 3.36m, 영산강(나주) 2.13m까지 홍수위가 낮아지게 됐다고 한다. 따라서 본류의 배수 영향을 받던 지류에서는 역류 현상을 막을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주변 지역의 침수 피해를 막았거나 저감시켰다고 본다. 과거의 홍수 피해 규모와 이번 피해 규모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워도 본류 홍수위 저하로 홍수 피해를 줄인 것만은 확실하다. 앞으로 게릴라식 집중호우 때 그 지역에 설치된 댐, 저수지 등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를 연계해 운영한다면 홍수 방어에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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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는 비가 하도 오니까 ‘제발 그만 좀 오지’, ‘지긋지긋하다’, ‘또 비야’ 등 비를 원망하는 문구가 연일 지면을 장식했다. 7월 16일까지만 해도 전국 평균 강우량이 642mm로 예년의 2.4배에 이르고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는 예년보다 3.5배 많이 발생했다. 특히 서울지역 7월 강우량은 1000mm를 넘어 연 강수량의 70%를 웃돌고 있다. 이는 1940년 이래 가장 많은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집중호우의 강도, 발생 횟수 및 총 강우량은 증가하고 집중호우의 지역별 편차는 커지는 추세다. 이와 같은 강우 특성을 기상이변 혹은 이상기후가 아닌 정상적인 기후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댐, 하수도, 제방, 사방댐 등 수공 구조물의 설계기준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집중호우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면 홍수 재해를 피할 수 없고, 피해지역도 전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홍수 위험지수는 우리나라가 6.86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미국은 2.28, 일본은 2.81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홍수 피해를 볼 가능성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뜻이다. 4대강 사업은 이러한 기후 변화와 홍수 위험지수 등을 고려하여 추진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완공이 얼마 남지 않은 4대강 사업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윤세의 경기대 토목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