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성 여부, 가사 전체로 판단해야”… 노래 ‘내일은’ 여성부 제재 철회 판결
노래가사에 ‘술’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곡과 앨범을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한 정부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여성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항의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가사에 ‘술’이 들어가지만 유해매체 결정이 엇갈린 노래들. 동아일보DB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안철상)는 25일 SM엔터테인먼트가 “프로젝트 그룹 ‘SM 더 발라드’가 발표한 노래 ‘내일은’에 내린 청소년 유해매체 결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노래에 ‘술에 취해 널 그리지 않게’가 3차례, ‘술에 취해 잠들면 꿈을 꾸죠’가 한 차례 들어가 있다”며 “전체 내용을 보면 연인과 헤어진 괴로운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관용적 표현일 뿐 술을 권장하는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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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는 올 1월 ‘SM 더 발라드’의 노래 ‘내일은’에 대해 심의를 열어 참석위원 10인의 만장일치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했다.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된 음반은 ‘19세 미만 판매금지’라는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또 오후 10시 이전에는 방송이 금지된다. 음악사이트 배포나 방송활동·공연 등에도 제약이 따른다. SM 측은 “곡 전체 의미를 살피지 않고 특정 단어에 국한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며 3월 소송을 냈다.
법원이 SM엔터테인먼트의 손을 들어주면서 노랫말에 ‘술’이 들어갔다는 등 특정 단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이미 청소년 유해 판정을 받은 곡의 제작자나 가수들이 잇따라 소송을 낼 가능성도 커졌다. 이달 들어 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유해매체 지정 취소 판결을 받은 SM 더 발라드의 노래뿐 아니라 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 10cm ‘아메리카노’, 2PM의 ‘핸즈업’을 연이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했다. 이날 여성부 홈페이지 게시판 ‘열린 발언대’에는 ‘상의를 벗고 나오는 박태환을 보기가 민망하다. 없애 달라’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게 야하다는 생각이다. 스마트폰을 없애 달라’ ‘애플의 사과모양 로고가 엉덩이를 연상하게 하니, 애플을 없애 달라’ 등 과도한 규제를 풍자하는 글이 올라 홈페이지가 두 차례 마비되기도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