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주도 특허소송 힘빠질 것”… 삼성전자 주가 급등
1976년 애플을 창업한 뒤 애플II로 퍼스널컴퓨터(PC) 돌풍을 일으키고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이후에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IT 및 미디어 산업의 전체 생태계를 뒤흔들어버린 이 시대 ‘아이콘’의 퇴장.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전화 부문 인수, HP의 PC 및 모바일 사업 포기 등 글로벌 IT 헤게모니가 급격하게 요동치는 가운데 IT 역사의 한 챕터를 닫는 이번 사건 뒤에는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 국내 경쟁업체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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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사임으로 애플이 전방위적으로 벌이고 있는 특허전쟁에서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애플은 최근 노텔을 인수하면서 기능과 기술 특허도 상당수 확보했지만, 구글 역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기술 특허를 강화해 섣불리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팀 쿡 등 새 지도층이 잡스처럼 카리스마 있게 특허전쟁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잡스는 아이폰4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모방꾼(copycat)’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아이클라우드’를 소개할 때는 경쟁사인 구글과 아마존을 깎아내릴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애플이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과 끈질긴 소송전을 진행하는 것도 잡스의 이러한 ‘독종’ 근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 시장 개척자를 잃다
잡스의 사임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해 장기적으로 과연 호재인가 하는 데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잡스는 애플 CEO로 복귀한 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줄줄이 대히트시키며 시장 개척자(프런티어)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이 혁신적 제품으로 시장을 열어놓으면 삼성이 부지런히 제품을 개발해 좇아가면서 혜택을 본 것이 사실”이라며 “잡스가 없다면 이제 누가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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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 인재양성 ‘발등의 불’
애플이 흔들리고 IT 생태계가 급변할 때 국내 기업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차세대 운영체제(OS) 개발과 인재 육성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새 패러다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삼성으로서는 지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림(RIM)의 블랙베리나 노키아의 ‘심비안’ 등 여전히 점유율이 높은 OS를 인수해서 단번에 시장을 늘려가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잡스 같은 천재나 애플 같은 혁신적인 기업을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는 만큼 차근차근 IT 산업과 교육 경쟁력을 키우며 ‘포스트 잡스’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혁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섣불리 따라하다가 기존의 하드웨어 부문 경쟁력까지 잃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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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