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기록 한계는 어디
단거리의 주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보폭을 크게 하면서 한걸음 내딛는 주기(피치)를 적게 하는 스트라이드 주법, 다른 하나는 보폭을 짧게 하고 피치 수를 늘리는 주법이다.
피치 주법의 대표 주자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지만 약물 복용이 드러나 기록이 취소된 벤 존슨(캐나다)이 꼽힌다. 그는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46걸음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초당 4.7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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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100m를 10m 단위로 쪼갠 뒤 구간별 최고기록을 더해 가상의 기록을 도출하기도 했다. 출발∼10m 구간은 킴 콜린스(미국), 20∼30m 구간은 모리스 그린(미국), 나머지 구간은 볼트의 기록을 합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최고 기록은 9초35까지 내려간다.
출발반응 속도 역시 중요한 요소다. 2009년 세계기록을 세울 때 볼트의 출발반응 속도는 0.146초. 팀 몽고메리(미국)가 2002년 파리 그랑프리파이널대회에서 기록한 0.104초보다 0.042초나 느리다. 볼트가 몽고메리처럼 출발했다면 세계기록은 9초54가 됐을지 모른다.
현재까지는 출발반응 속도가 0.1초 이내라면 부정 출발로 간주한다. 인간이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론적 한계가 0.1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한 연구팀은 인간의 소리에 대한 반응 시간은 0.085초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규정이 바뀐다면 0.015초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볼트의 기록도 언젠가는 깨진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