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선후배…사제…룸메이트
21일 잠실구장. 한화 좌완 박정진(35)과 우완 송창식(26)의 눈이 마주쳤다.
한화가 5-1로 앞선 두산전 6회말 2사 1루. 선발 투수 송창식은 107개의 공으로 5.2이닝을 역투하고 마운드를 막 내려왔고, 필승 카드 박정진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사흘 연속 불펜의 문을 열고 그라운드로 나서는 참이었다.
박정진은 입모양으로 “수고했다”고 했고, 송창식은 선배를 향해 글러브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경기는 추가 실점 없이 그대로 끝났다. 송창식에게는 2573일 만의 선발승, 박정진에게는 하루 전 역전을 허용했던 아픔을 털어내는 명예 회복의 장이었다. 박정진은 경기 후 “세광고 후배인 창식이의 승리를 꼭 지켜 주고 싶어서 더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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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식은 폐쇄성 혈전혈관염(일명 ‘버거씨병’)으로 투병하다 2년 만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아팠던 투수’가 아닌 그냥 ‘한화 투수’로 기억되고 싶어 한다. 박정진 역시 각별한 후배의 바람을 묵묵히 응원하고 있다. 두 투수는 대전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또 한 번 눈이 마주쳤고, 말없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배영은 기자 (트위터 @goodgoer)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