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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한일전 참패…감독과 선수들의 평가에서 달랐던 점은?

입력 | 2011-08-21 10:41:02


한일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조광래 감독. 연합뉴스

꽤 오래 전의 일이다. 한 축구 감독이 당시 축구 담당 기자를 하고 있던 필자에게 전화를 해 한참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내용인즉, 한 기자가 자신의 지도 스타일은 물론 작전에 까지 이런 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바람에 무척 화가 났으니, 그 기자랑 친한 필자가 이런 사정을 잘 얘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그 감독을 좋아했던 그 기자는 당시 성적 부진을 겪고 있던 그 감독을 위해 나름 의견을 내놓은 것이었는데, 감독에게는 지나친 간섭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스포츠를 담당하는 기자는 물론 팬들도 경기를 많이 보고 연구하다 보면 그 종목에 대해 어느 정도 식견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좀 '오버'하다 보면 가까운 지도자나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지적 성 말을 하게 되고, 지도자나 선수 입장에서 보면 어쭙잖은 충고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몇몇 측근으로부터 좋은 소리만 듣는 지도자 보다는 이쪽저쪽에서 들려오는 비판성 지적까지 잘 듣고 소화하는 지도자들이 대부분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난 10일 한일전에서 한국축구가 참패를 당했다. 그러자 축구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쏟아놓은 말들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었다.

'무분별한 해외진출 시도로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졌다'든지, '대표선수의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든지 하는 다소 엉뚱하고, 실현 불가능한 지적도 있었지만, 선수기용과 수비 조직력 등에서 전술상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도 많았다.

조광래 감독도 이런 '아마추어' 전문가들의 비판적인 지적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필자는 한일전 경기 이후 나온 감독과 선수들의 경기 평가가 몇 가지 점에서 상반됐다는 것이 더 문제로 느껴졌다.

한 스포츠지 보도에 따르면 조광래 감독은 경기 직후 이렇게 말했다.

"사전에 걱정했던 부분들이 드러났다. '해외파'가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래서 경기 감각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오늘 이런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왼쪽 풀백인) 김영권이 (전반 중반) 일찌감치 다치며 수비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교체로 들어간 박원재도 부상으로 곧바로 나와 팀이 크게 흔들렸다."

"일본이 상당히 좋은 경기를 했고 우리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한 것 같다. (우리 몇몇 주력선수들이) 부상과 팀 사정에 의해 빠져 조직력이 흔들렸다. 두 명의 중앙 수비수로는 안심하기 힘들다. 측면에서도 중앙 수비를 도울 수 있는 김영권을 투입해 균형을 맞추려고 했지만 그가 일찍 빠지면서 크게 흔들렸다."

차두리는 한일전 참패에 대해 "모든 면에서 일본에 완패했다"며 괴로워했다. 연합뉴스

반면 차두리는 "참패의 원인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자책하며 이렇게 말했다.

"왼쪽 풀백 김영권과 박원재가 잇달아 부상으로 나가면서 경기에서 졌다고 하는 건 핑계일 뿐이다. 패스부터 득점까지 모든 면에서 일본에 완패했다. 대체로 움직임이 둔했고 미드필더들의 체력 부담이 너무 심했다."

김정우는 "유럽파들이 리그 경기를 치르고 와서 몸이 무거웠다. 일본이 잘했다기보다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강한 프레싱이 나오지 못했고 일본에 계속 끌려갔다"고 말했다.

한일전에서 한국팀 주장을 맡았던 박주영. 스포츠동아

이날 주장을 맡았던 박주영은 "오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또 보완해야 한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완패를 당한 직후 참담한 상태에서 한 말이어서 감독이나 선수들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조광래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한일전과 같은 내용의 경기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말을 반드시 실천해줄 것을 팬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한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