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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우경임]의료계 자정운동… 문제는 실천이다

입력 | 2011-08-20 03:00:00


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제품을 선정하고 구입할 때 금품과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된다, 임상시험과 진료지침 개발을 할 때 특정 제약사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한국의료윤리학회가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해 밝힌 ‘의료계-제약업계의 관계 윤리지침’의 주요 내용이다. 학회는 지난해 3월부터 환자의 이익을 의사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지침을 마련해 왔다.

이런 움직임은 리베이트 쌍벌제 추진 및 시행 과정을 지켜본 기자에게는 매우 신선한 느낌을 줬다. 법과 제도 때문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리베이트를 없애려는 노력, ‘을’의 위치인 제약사보다는 ‘갑’인 의사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인식을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리베이트를 받았던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라는 말이냐”며 자율적인 정화 노력에 소극적이었다. 쌍벌제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자 불만을 드러내는 의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분위기 또한 확산되기 시작했다.

고윤석 한국의료윤리학회장(55·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리베이트와 관련한 대대적인 수사 결과가 보도되면서 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정부와 사회로부터 윤리적인 집단이 되라고 강요당하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 윤리지침을 만든 계기였다”고 말했다.

기존 윤리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하자 고 회장은 “더 엄격한 잣대를 만들려고 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볼펜과 메모지 같은 작은 사은품도 처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가성 금품이 될 수 있다든가, 의약품 샘플을 가족에게 먼저 사용하거나 환자에게 권하지 말자는 내용도 지침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동료 의사들의 시선이 따갑지 않으냐는 질문에 고 회장은 “제품설명회 참가비용이 약값에 반영된다는 점은 의사들이 가장 잘 안다. 환자를 위해 의사가 존재한다는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쌍벌제 시행 뒤 의료계는 전체가 비리집단처럼 비친다며 억울함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서 리베이트로 보충하는, 어쩔 수 없는 관행이 생겼다고 항변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본격적으로 자정 운동에 나선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이번이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는 의료계 밖의 얘기를 흘려듣지 않기를 바란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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