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시간, 주윤균. 그림 제공 포털아트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북방 국경 근방에 점을 잘 치는 노인이 살았는데 어느 날 그가 기르던 말이 집을 뛰쳐나가 도망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이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하며 노인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도망갔던 말이 다른 좋은 말 한 필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이번에는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이것이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 하며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말 타기를 좋아하는 노인의 아들이 새로 생긴 좋은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이번에도 노인은 “이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하고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1년 뒤 오랑캐가 쳐들어와 장정이 모두 전쟁터로 나가 전사했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를 절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것이 영원히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영원히 나쁜 것이 아님을 일깨우는 예화는 숱하게 많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이야말로 좋은 세상’이라는 조주선사의 가르침이나 ‘모든 역경의 한가운데 기회의 섬이 있다’는 미국 격언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내 인생이 결코 행복과 불행으로 규정지어질 성질의 것이 아님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평생 기타 치고 노래하며 모든 것과 통하는 열린 마음을 얻은 가객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일깨웁니다. 춥고 배고픈 노숙의 와중에도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먼 길 걸어오며 세상에 나쁜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터득했으니 웃는 일 말고 달리 더 무엇이 필요할까요.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날마다 연습하고 노래하는 근면성실한 삶에서 우리는 단조롭고 단순한 되풀이 속에 우주의 비밀이 숨어 있음을 눈치 채게 됩니다. 자전과 공전의 무한 되풀이 속에서 우주 삼라만상의 전체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얕아 잔꾀 부리는 마음, 늘 새롭고 화려한 것을 좇는 허황한 마음, 묵묵히 자전하고 공전하는 자세로 깊이 반성해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