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진출 中企 “돈줄말라 문닫을판”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대출 옥죄기를 계속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과 한국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은 강화된 예대율(은행의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 규제를 맞추는 데 급급해 대출을 해 줄 여력이 없고 한국 기업은 돈줄이 말라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 “대출 줄여라” 은행들 초비상
중국 당국은 은행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예대율을 75%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금을 100원 받았다면 대출은 75원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월말에만 이 비율을 맞추면 됐지만 6월부터는 매일 이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신규 대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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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율 기준을 맞추려면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 당국의 단기외채 한도 규제, 통화긴축 정책 등으로 중국 내 외자은행의 경영환경이 악화돼 예금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한국계 은행은 조달금리가 높은 데다 중국 내 지점망이 적고 인지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예금 유치가 쉽지 않다.
은행도 기준을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어음발행이 많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예금담보 은행보증어음을 발행하는 등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파생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12월이 다가올수록 대출을 줄일 소지가 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매일 75%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65% 선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금을 많이 늘리지 못하면 극단적으로는 대출을 줄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돈줄 마른 기업들 줄도산 우려
이에 따라 한국계 은행에 의존해온 중국 현지 한국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건비가 계속 상승한 데다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위안화 절상 폭이 커지면서 수출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삼중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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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수요는 많은데 대출이 묶이면서 금리마저 오르고 있어 기업은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은 특히 외환 유입을 규제하고 있어 현지 한국 기업은 자본금만 갖고 와 중국계나 한국계 은행에서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규 자금을 들여올 길이 막혀 고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부장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면 우리 은행들이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국내 본사의 신용력을 담보로 현지 기업에 대출해주는 손쉬운 방법에서 벗어나 수익모델을 다변화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