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낮은 우유생산 부채질”… “선진국 수준으로 맞춘 것”
16일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L당 원유값 130원 인상에 합의하면서 2등급 원유의 인센티브를 1등급 원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이기로 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당초 23.69원에 불과했던 2등급 원유의 인센티브를 1등급 인센티브(51.50원)와 비슷한 47원으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1등급 원유 생산을 더욱 늘려야 할 낙농·우유업계가 협상 타결을 위해 우유의 품질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2등급 원유 인센티브 인상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봤다.
○ 원유 등급이 대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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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별 체세포 수 기준은 1등급이 mL당 20만 개 미만, 2등급이 20만∼35만 개 미만, 3등급이 35만∼50만 개 미만, 4등급이 50만∼75만 개 미만, 5등급이 75만 개 이상이다. 4등급부터는 인센티브가 부과되지 않고 오히려 값을 깎는다. 5등급은 마시는 우유로는 쓸 수 없고 말려서 분유로나 쓸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국제 분유가격(원유값의 절반 수준)에 준해 값을 쳐 준다.
이번 인센티브 재조정이 있기 전까지 1등급 원유의 인센티브(51.50원)와 2등급(23.69원), 3등급(3.09원) 원유의 인센티브 차는 각각 27.81원, 48.41원으로 꽤 컸다. 이 때문에 그간 국내 낙농농가들은 체세포 수가 적은 1등급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나이든 젖소를 빨리 도태(도살)시켜왔다. 국내 낙농농가들은 평균적으로 젖소가 송아지를 2.9번 정도 낳으면 도태시키고 있는데, 이는 일본(3.2회)이나 미국(3.7회)에 비해 매우 빠른 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 국내 1, 2등급 큰 차이 없어
2등급 원유 인센티브 인상 결정에는 우리나라의 원유 등급 기준이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체세포 수 20만 개 미만의 경우 1등급 원유로 쳐 주는데 선진국에서는 30만∼40만 개를 모두 1등급으로 쳐 준다는 것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핀란드와 호주는 25만 개까지, 독일과 뉴질랜드는 40만 개까지 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결국 선진국보다 높은 품질 관리 비용이 드는 국내 농가의 고충을 고려해 2등급 원유의 인센티브를 1등급 수준과 비슷하게 올려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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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