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나 운명이 되는 사랑그리다 보니 우리 둘 얘기네요”
운명적 사랑을 그린 웹툰 ‘우연일까’의 김인호(왼쪽), 남지은 부부. 만화 속 캐릭터도 이들을 꼭 닮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문득 드는 의문. 뜨겁기만 하던 연인 간의 정열을 잠시 식혀줄 이런 진지한 고민은 한여름 밤의 소나기처럼 갑자기 찾아온다. 운명이라 믿는 남자와 우연이라 생각하는 여자, 그들의 감정은 이어질 듯 엇갈리고 애끓는 마음으로 서로를 돌아보지만 보이는 건 뒷모습뿐. 남녀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한, 지상에서 영구히 지속될 이 딜레마의 해답을 얻기 위해 한 쌍의 남녀를 만났다. 웹툰 ‘우연일까’를 연재 중인 김인호(31) 남지은 작가(32·여)다.
“정말 별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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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같이 있기도 싫었는데 우연히 자꾸 마주쳤어요. 친한 친구 몇 명과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했는데 거기에도 앉아 있더라고요.” 웹툰 속 여주인공을 빼다 박은 남 작가가 말하자 옆에 있던 김 작가가 되받았다. “남 작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안 갔겠죠. 한 번 두 번 마주치고, 어쩔 수 없이 얘기하다 보니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댔어요. 처음엔 우연이라 여겼는데, 생각할수록 운명이더군요.” 그들이 그리는 웹툰도 두 작가를 닮았다.
10여 년 만에 우연히 만난 남녀, 희미한 기억 속 뚜렷이 떠오르는 한 장면은 학창시절 남자에게 편지를 건네는 여자의 모습. 웹툰 ‘우연일까’는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대신 편지를 건네던 홍주와 그런 그녀를 짝사랑했던 후영의 우연한 만남을 그렸다. 두 남녀는 차차 그들에게 찾아온 우연들이 운명적 사랑임을 깨닫는다.
“의도적으로 저희 이야기를 그린 건 아니었어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싶어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어느덧 저희 두 사람을 닮아가더군요.”
남 작가의 말. 홍주가 후영에게 편지를 건네듯 남 작가도 김 작가에게 편지를 건넸다. 그것도 100통이나. 그 편지를 다 읽으면서 김 작가는 남 작가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 4학년 때 둘은 결혼해 남 작가는 스토리를, 김 작가는 그림을 도맡아 만화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웹툰이 어느덧 그 둘의 다섯 번째 공동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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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후영과 홍주의 사랑요? 둘이 저희를 닮았다면 저희처럼 뜨겁게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결말에 대해 물었더니 남 작가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여름 밤의 소나기로 인해 잠시 식었던 열기가 비가 그친 후 그 전보다 더 뜨거워지듯, 운명과 우연 사이에 고민하던 연인들의 사랑도 그 전보다 더 강렬해진다. 두 작가가 그러했고, 그들의 만화 속 캐릭터도 그러했다.
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