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PGA 출신 대우증권 PB마케팅부 한현정 프로
한때 여자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와 최고 자리를 놓고 다퉜던 한현정 프로가 대우증권 PB마케팅부에 둥지를 튼 지 2년 째. 그는 본인의 장기를 살려 큰손들의 자금 유치에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우증권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 선수 출신이자 대우증권 PB 마케팅부의 마스코트인 한현정 프로(23)의 당찬 포부다. 증권회사 마케팅부에 왜 골프선수가 일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한 프로는 어지간한 PB를 능가하는 뭉칫돈을 유치하는 마케팅의 귀재다.
대우증권은 VIP 고객에게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9년 말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프로골퍼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당시 한 프로와 윤지원 프로가 발탁됐다. 이들은 주중에는 스크린골프장에서, 주말에는 필드에서 VIP 고객을 만나 스윙이나 어드레스 자세를 교정해주고 장타를 치는 노하우 등을 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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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내부에서도 “PB 900명보다 프로 1명이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한 프로의 성과를 주목한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이 그의 고과를 평가하는 PB부서 임원에게 “좋은 점수를 주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다.
한 프로는 1988년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박세리 선수가 외환위기 당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를 휩쓰는 모습을 보고 프로의 꿈을 키운 ‘박세리 키드’다. 주니어 시절에는 웬만한 국내 대회를 휩쓸 만큼 우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2006년 프로에 입문한 뒤에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그는 “우승은 고사하고 국내 대회에서 7위를 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며 “주니어 시절 같이 뛰었던 또래 선수들이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져 당연히 성적은 더 안 좋아졌다”고 털어놓았다.
방황을 하던 중에 대우증권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대우증권 면접은 프로 입단시험 못지않게 까다로웠다. 2, 3개월에 걸쳐 골프실력은 물론이고 매너 외모 평판 고객응대법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발했다. 그는 “프로선수로 활동할 때도 프로와 아마추어가 같이 플레이를 하는 프로암(Pro-AM) 대회를 자주 뛰었기 때문에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며 “라운드를 마친 뒤 ‘꼼꼼한 지도가 큰 힘이 됐다’며 휴대전화를 선물하신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아직도 그가 프로선수로 대성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않아 그는 1년에 한두 차례 공식경기에 출전한다.
대우증권이 프로골퍼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기 전에도 많은 금융회사가 자체 골프대회를 개최하거나 프로암대회를 열어 일시적으로 프로선수들을 초청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회성 만남은 프로선수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골프 초보인 일부 고객은 한 홀에서 무려 20가지 질문을 퍼붓는 ‘진상’을 부리기도 한다. 송석준 대우증권 PB마케팅부 부장은 “일회성으로 초청한 프로선수에게 이런 까다로운 고객을 맡기긴 힘들다”며 “돈은 좀 더 들더라도 기존 VIP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고 신규 고액자산가를 유치하려면 이들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선수이기 이전에 회사 직원이다 보니 고객들이 더 편하게 느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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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