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어제 차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제 거취 문제가 주민투표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고 진심을 왜곡하고 있기에 입장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 결과에 서울시장 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 대해 “제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개인의 정치적 운명과 연관짓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주민투표를 통해 국민에게 좌파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싸운 우파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각인시킴으로써 차기 대선 도전에 디딤돌로 삼으려는 승부수 아니냐는 것이다. 오 시장을 향해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라는 일각의 주문도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다른 복잡한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을 수 있다.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뛰어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을지 모른다. 내년 대선에서 비켜섬으로써 야권의 정치적 공세를 차단하고 주민투표에 친박(친박근혜)을 포함한 여권 표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러나 의도가 무엇이든 주민투표 자체와는 무관하다. 주민투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순수한 주민 의사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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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이 시장직을 거는 문제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시장직을 걸면 투표율을 높여 주민투표 성립에 필요한 33.3%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정책투표에 자리를 거는 것이 전례로 굳어지면 앞으로 주민투표 실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책투표가 아니라 오 시장과 한나라당 정권에 대한 신임 투표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라 부수적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