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단 405곳 조사
최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국환경공단 연구원들이 권총처럼 생긴 비파괴 간이측정장비(XRF)를 이용해 놀이터 모래의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아!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타고 있는 놀이기구에 중금속 같은 나쁜 물질이 있나 검사하는 거예요.”
○ 권총 모양 장비로 놀이기구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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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들이 권총처럼 생긴 장비를 미끄럼틀에 댔다. 이 장비는 비파괴간이측정장비(XRF)다. 놀이기구 표면에 총구를 대면 형광 X선이 나온다. X선은 놀이기구 표면의 원소와 충돌해 반사된다. 이때 반사되는 X선의 양과 세기에 따라 ‘어떤 원소가 얼마나 있는지’ 등이 장비 윗부분 화면에 표시된다. 다른 조사원들은 칼로 철봉과 구름다리에서 페인트를 긁어낸 후 비닐봉투에 담았다. 또 모래사장에서는 모래를 퍼내 봉지에 넣었다.
이 같은 조사를 거치면 해당 놀이터 내 △페인트 등 도료나 실리콘 등 마감재료의 수은, 카드뮴, 납 검출 여부 △놀이터 재료의 부식 노후화 △놀이터 모래의 중금속, 기생충 검출 여부 등이 확인된다. 또 놀이터 내 철재 목재시설, 고무바닥재에 비소, 납, 발암물질 디클로르보스(DDVP·살충제), 포름알데히드 등이 포함됐는지도 알 수 있다.
○ 놀이터 절반, 환경안전기준 부적합
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실외 놀이터 395곳, 실내 놀이터 10곳 등 총 405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206곳(51%)은 환경안전관리기준 진단항목 중 1개 이상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 놀이터 2곳 중 1곳은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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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 관리 방식에 허점도
어린이 놀이터 환경 관리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환경부는 ‘환경보건법’에 따라 놀이터 내 시설물의 환경영향성을 조사·관리한다. 행정안전부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놀이기구의 작동 등 안전성과 중금속 등 화학물질 방출량을 설치 전 검사한다.
놀이기구 관리 관련법과 부처가 다르다 보니 행안부가 검사, 설치한 놀이기구가 시간이 지나 도료가 벗겨지는 등 오염이 생겨도 환경부는 이를 조사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있다. 행안부 역시 사전 검사한 놀이기구의 경우 사후 검사나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설치 전 이상이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 각종 오염이 생긴다”며 “전체 놀이기구 환경영향을 조사할 수 있는 통일된 법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