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에 달러 고여있어… 돈 푼다고 부양될지 의문
현재 버냉키 의장이 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카드는 현 0.25%인 기준금리를 연말이나 특정 시한까지 올리지 않고 연장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다. 좀 더 강도를 높인다면 제로(0)금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시장이 가장 원하는 선물은 연준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 보따리를 푸는 ‘3차 양적완화(QE3)’ 조치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두 차례 양적완화 조치를 실시해 시장을 떠받쳤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와 케네스 로코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이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어 시중에 돈을 풀어봤자 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돈이 풀린다 해도 기업과 은행이 돈을 쥐고 있어 가계나 실물 경제에 흘러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5일 뉴욕 멜런은행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현금이 많이 예치되자 5000만 달러가 넘는 예금에 대해서는 별도 수수료까지 부과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버냉키 의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경기 침체가 아니라 유동성 함정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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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