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쓰는 주인공-화려한 색채로 돌풍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CGV에서 관객들이 ‘마당을 나온 암탉’에 등장하는 캐릭터 인형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명필름 제공
이 작품은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층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30대 관객이 가장 많다. 7일 영화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에 따르면 이 영화 관객은 30대가 56%, 40대가 34%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둔 부모들보다 30대 여성이 관객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봉일 255개로 시작한 극장 수는 입소문이 나면서 7일 오후 현재 281개로 증가했다. 개봉 초기 오후 6시 이후 상영이 없었지만 직장인이 몰리면서 저녁 상영도 생겼다.
‘…암탉’의 성적은 한국 영화계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000만 명 이상을 불러모은 ‘해운대’ ‘괴물’ 등 국산 영화가 그동안 승승장구했지만 유독 애니메이션 분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암탉’의 성공은 ‘우리식’으로 만들어진 토종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수달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박쥐가 등장한다. 파스텔 톤의 화려하고도 정감 어린 색채도 돋보인다. 어느 나라 애니메이션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와 그림이 수준 높은 토종 애니메이션을 기대해온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서울대 미대 출신의 오성윤 감독은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와 그림으로는 그 아류밖에 안 될 것 같아 모험을 했다”고 말했다. “너무 예쁘고 슬픈 애니메이션이다.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ID가 jung2hwa인 누리꾼이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관객들은 진심을 자극하는 스토리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닭장을 탈출한 암탉 ‘잎싹’이 오리 알을 품게 되면서 모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의 원작은 초등학교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황선미 작가의 동명의 동화다. 주인공이 자신을 희생하는 철학적인 결말이 인상적이다. 재미만 추구하는 할리우드 작품에 식상했던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는 이유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인 신희숙 씨는 “원작의 감동을 그림으로 구현한 이 작품을 보고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제작사인 명필름은 원래 5년의 제작기간을 예정했지만 그림의 완성도를 위해 1년 더 공을 들였다. 제작비는 늘어났지만 영화의 품질은 높아졌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영화의 순제작비는 31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관객 150만 명 이상이 들어야 한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또 다른 한국 애니메이션들이 도전할 분위기가 마련된다. ‘최종병기 활’ ‘카우보이&에일리언’ 등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는 국내외 대작들도 넘어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