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귀신도 모른다… 평소 분산투자가 최선주가 폭락때 채권팔아… 알짜 우량주 잡아라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는 말까지 듣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겪은 1999년 증시 상황이다. 23년에 걸친 주식투자 인생은 이처럼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험으로 가득하다. 그 속에서 이 부사장은 ‘남들이 50% 딸 때 20%만 따는 대신 잃을 때도 적게 잃자’는 가치투자 철학을 세웠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져 있다.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일어난 이 부사장은 최악의 금융시장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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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사장은 “아주 심한 공포상황의 초기에는 부실기업 주식은 정리하고 초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수 있지만 공포가 깊어지면 대응이라는 게 무의미하다”며 “상황이 좋을 때 준비해야지 위기가 왔을 때는 조심할 필요조차 없다”고 했다. 평소의 대비란 적절하게 자산 배분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식 부동산 채권(은행 정기예금 포함)에 3분의 1씩, 주식도 성장주 자산가치주 수익가치주에 3분의 1씩 나눠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래야 위기가 닥쳐 주가가 떨어질 때 채권을 팔아 싼 우량주식을 골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원칙을 꾸준히 지킨 결과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업종)’ 위주로 급등장세가 펼쳐진 최근 2년간 그의 펀드는 전체 펀드 중 수익률 최하위권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는 “5월 최고점을 찍었던 코스피는 12% 하락했지만 우리 펀드는 3∼4%만 떨어졌다”며 “펀드 운용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실적을 봐도 펀드 수익률은 약 75%로 코스피 수익률(약 38%)의 2배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이 부사장이 반성하는 대목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확실한 거품기’일 때 그동안 많이 올랐던 중소형주를 대폭 정리했어야 했지만 ‘투자관성’ 때문인지, 중소형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점을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최근 2년간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 그는 “현명한 투자자라면 대형주와 중소형주 가치 차이를 그때그때 조사해 일정 수준 이상 벌어지면 조정해야 한다”며 “개인투자자도 마찬가지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의 위기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위기의 스토리가 다르다’고 했다. 과거 20년간 겪었던 시스템 위기 때는 환율이 급등하고 은행업종의 주가가 폭락했지만 현재는 둘 다 어느 정도 방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수출기업이 미국 신용등급 하락과 경기둔화에 영향은 받겠지만 그렇다고 마이너스 실적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내수주는 여전히 좋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 부사장은 이번 기회를 “사고 싶은 주식을 싸게 살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이번 주에 “가치 대비 싼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일 계획”이다. 경기가 나빠도 버틸 수 있고, 1년에 5∼10%는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 현재는 적자이지만 곧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기업 중 그동안 벌어놓은 돈(자산가치)이 많은 기업, 성장주이긴 하되 시장의 오해로 성장성을 저평가받고 있는 기업을 초토화되다시피 한 증시에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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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원 부사장의 위기 대응법 ::
[1] 오늘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위기이지만 내일은 또 다른 형태의 위기가 온다. 위기는 항상 예고가 없다.
[2] 위기가 닥쳤을 땐 조심할 필요가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대비는 평소에 해야 한다.
[3]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가치, 주식과 채권 수익률 차이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투자를 조정한다는 평소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
[4] 평소에 적절하게 투자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전체 투자액 중 수익가치에 40%, 자산가치에 30%, 성장가치에 30% 투자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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