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인제대 의대 정신과 교수
치매는 질병의 증상을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마저도 정상적인 노화현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고, 치료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다. 치매 진단 검사비용 또한 보험 적용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에는 부담이 되는 수준이어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치매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치매가 치료 가능한 질환임을 널리 알리며,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적절한 지원을 하는 노력이 범국가적으로 있어야 한다.
치매 환자는 2008년 42만여 명에서 2020년 75만 명, 2030년 113만여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치매 환자의 사회경제적 비용 분석’을 통해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대 연간 7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가 치매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관련 인력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치매, 특히 초기 치매의 진단과 평가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의료행위로 전문인력이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치매 진료에 전문성을 가진 전문의의 체계적인 양성과 수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치매 치료 및 관리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보건의료와 복지 분야 종사자에 대한 교육과 역량 강화 노력도 필요하다.
둘째, 지역사회에서 치매 관리의 첨병이 될 치매상담센터와 치매 관리의 출발점이 될 검진사업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필자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치매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과거 참여했던 치매검진사업에 비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강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
셋째, 보건의료 서비스와 복지 서비스의 연계성 강화가 필요하다. 질병이 진행될수록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가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치매의 특성을 고려하면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이들 서비스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현재 두 분야 서비스는 다소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보편적으로 제공될 치매 검진사업의 평가체계를 노인 장기요양 평가와 연계해 장기요양 등급판정 과정에서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갖는 불만을 해소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치매관리법 시행이 치매 치료와 관리, 연구를 크게 발전시키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이동우 인제대 의대 정신과 교수·대한노인정신의학회 총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