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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바예바, 대구선 0.4cm 더 높이 난다

입력 | 2011-08-05 03:00:00

육상 경기력에 영향 미치는 중력의 힘




《러시아의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 선수의 눈에 5.07m 높이의 막대가 보인다. 이것을 넘으면 자신이 200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기록한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인 5.06m를 갈아 치울 수 있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유독 컨디션이 좋다. 왜 그런지 ‘몸이 가벼운’ 느낌이다. 도전이다.》

러시아의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200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5.06m를 넘으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대구 스타디움의 중력은 취리히보다 낮아 이론적으로 약 0.4cm를 더 뛸 수 있다.동아일보DB

27일부터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나오는 세계 기록은 중력 덕분일지도 모른다. 대구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몸무게나 포환, 원반, 창의 무게는 지난 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독일 베를린보다 미세하게 가볍게 측정된다. 무게에 영향을 미치는 지구의 중력이 베를린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같은 힘으로 뛰어오르거나 던져도 더 높이, 더 멀리 갈 수 있다.

○ 중력, 지역마다 달라… 뛰고 던지는 데 영향 미쳐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을 의미하는 중력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지역의 위도와 고도, 원심력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완전한 구가 아니라 적도 부근이 볼록한 타원형인데 위도가 낮은 적도 부근일수록, 고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중력이 작다.

위도와 고도에 따라 극지방과 적도의 중력을 계산해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극지방에서 2m를 뛰어오르는 선수가 적도지역에서 높이뛰기를 하면 0.8cm 늘어난 2.008m를 뛸 수 있다. 던지는 종목도 마찬가지다. 극지방에서 투포환을 20m 던지는 선수는 적도지역에서 8cm 더 멀리 던질 수 있다.

대구는 북위 35도로 유럽보다 위도가 낮고 해발고도도 113m로 높다. 실제 중력도 9.7940(m/s2) 정도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중력 값(9.8)은 물론 베를린 경기장(9.8059)이나 스위스 취리히 경기장(9.8012)보다 낮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질량힘센터 김민석 선임연구원은 “대구는 베를린과 비교해 중력이 0.0119 정도 낮다”며 “높이뛰기를 수직으로 뛰거나 포환이나 창을 45도 각도로 던진다고 가정하면 각각 0.12% 더 높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원리로 대구와 취리히를 비교하면 장대높이뛰기 종목도 0.07%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취리히에서 세계기록인 5.06m를 뛰어오른 이신바예바가 같은 힘으로 대구에서 뛴다면 5.064m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1cm 단위로 경신되는 5.07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절반 가까이는 중력의 힘으로 도달하는 셈이다.

○ 중력 강한 훈련장 만들면 경기력 향상 가능

다행히 중력은 같은 경기장에서 뛰는 모든 선수에게 공평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1, 2위가 바뀌지는 않는다. 1위 후보 선수가 던진, 잘 날아가던 포환이 맞바람을 맞아 힘없이 떨어지며 1위를 놓치는 이변은 중력과는 관계가 없다.

중력이 낮다고 세계기록을 인정받지 못할 일도 없다. 대회가 열리는 지역마다 중력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아직 풍속처럼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100m 달리기는 풍속이 초속 2m 이상이면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중력은 효과가 미미해 무시된다. 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선임연구원은 “중력의 차이가 실제 선수의 경기력에 미치는 정도는 바람, 온도, 습도에 비하면 극히 작기 때문에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에는 지구보다 10배 큰 중력의 우주선에서 수련하는 손오공이 나온다. 이렇게 무거운 중력에 익숙해지면 다시 지구 중력과 비슷한 환경에 놓였을 때 순발력과 근력이 향상된다. 실제로 중력을 조절할 수 있는 훈련장이 있거나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중력이 높은 곳에서 훈련한다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서울과학기술대 스포츠과학과 이종훈 교수는 “중력이 커지면 선수의 몸 속 세포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근력과 스피드 강화에 효과를 주면서 선수의 생리적인 측면을 보호할 수 있는 중력에서 훈련이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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