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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정익중]자원봉사의 DNA는 아름답다

입력 | 2011-08-02 03:00:00


하늘이 뻥 뚫린 것 같은 엄청난 폭우였다. 자연의 힘 앞에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러한 재해 앞에 경제논리로 자연을 정복과 개발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데 대한 반성 없이 이것이 자연재해인지 인재인지에 대한 사후 논란만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재앙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냈다. 위기 상황마다 빛을 발했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이번 수해 현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토사와 쓰레기로 뒤범벅이 됐던 도시가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

수해현장 자원봉사자 활약 빛나


원래 자원봉사라는 말은 ‘자유 의지’라는 뜻의 라틴어 ‘voluntas’에서 유래했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자원봉사는 자발성이 핵심이다. 이전의 자원봉사는 강제와 의무감에서 비롯된 활동으로 자발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고통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마음자세와 닿아 있다. 또 과거에는 나와 다른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자신이 평소 가진 것을 나누는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자원봉사는 주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으로 성숙한 시민사회의 핵심적인 역할로 바라봐야 한다. 인권이 존중되고 평등이 실현되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언제나 자원봉사자의 노력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놀라운 성과는 한국인의 자긍심을 세우는 데 부족함이 없었고 세계도 한국 사회를 주목했다. 한국인의 피에는 성공의 DNA가 있음을 국내외에서 인정하고 있다. 반면에 한동안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나타난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점들로 인해 우리나라 시민사회는 성숙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고 경제발전에 비해 사회발전이 뒤처져 있음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 123만 명이 쓰레받기로 원유를 퍼 담아내고 흡착포로 해변의 기름을 닦아내 ‘태안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외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이런 모습에 세계가 놀랐고, 우리나라 시민사회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남을 돕는 나눔문화가 확산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적 재난마다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려는 자원봉사자가 줄을 잇는 모습은 우리 의식 속에 잠재된 공동체정신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향약 두레 품앗이 계 등 서로 돕는 상부상조와 공존의 전통이 발달하였다. 우리에게는 성공의 DNA보다 나눔의 DNA가 더 먼저 있었다. 위기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자원봉사에 참여하면서 압축적인 경제성장 과정에서 많이 퇴화했던 나눔의 DNA가 빠르게 복원될 수 있었다. 국가적 재난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선진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공동체정신의 저력을 재발견하게 된 것은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일회성 활동으로 끝나선 안돼


하지만 아직도 아쉬운 점이 있다. 대형 재난이 생기거나 연말연시 때 나눔과 봉사에 나서지만 평소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의외로 많기 때문에 자원봉사가 일회성 활동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생활습관처럼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자원봉사활동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봉사자들은 특별하게 의사상자에 해당되지 않으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선의의 피해자에게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제도를 정비해 국가 차원에서도 나눔문화를 후원할 필요가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교수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