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당할까봐 큰소리?
1일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외교가에서는 남북 비밀접촉 폭로의 핵심 배후가 김 총국장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총국장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농협 전산망 해킹사건 등 각종 대남 도발과 위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강경파. 그는 현재 미국 행정부의 대북제재 명단에도 올라 있다.
그런 김 총국장은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자신이 ‘제2의 김창봉’ 혹은 허봉학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 청와대 기습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민족보위상 김창봉과 총정치국장 허봉학은 이듬해 ‘군벌주의 세력’으로 몰려 숙청당했다. 이후 북한은 남측과의 관계 개선을 꾀한다. 북한 외교가에서는 김 총국장이 이런 전례를 밟지 않으려고 남북 비밀접촉까지 폭로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의 권력욕과 안하무인적 성품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도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같은 원로들조차 “젊은 놈이 김정은에게만 잘 보이기 위해 나라를 망친다”며 김 총국장을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무성이나 통일전선부의 대화파도 “자신의 권력 장악을 위한 보여주기식 성과 내기에 급급하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은 최근 남북 비핵화 회담이 이뤄지는 등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김 총국장이 대남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이 김정은의 최측근 심복이라는 점에서 그가 숙청당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그의 성격과 행보 등으로 미뤄볼 때 숙청이 가시화될 경우 쿠데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