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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연평포격 주도한 김영철 北 정찰총국장 “김정은 내가 키웠다”

입력 | 2011-08-02 03:00:00

숙청당할까봐 큰소리?




북한이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한 배후의 핵심 인물이 김영철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사진)이라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서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체계 구축과정에서 핵심 실세로 자리 매김한 김 총국장이 남북 간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외교가에서는 남북 비밀접촉 폭로의 핵심 배후가 김 총국장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총국장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농협 전산망 해킹사건 등 각종 대남 도발과 위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강경파. 그는 현재 미국 행정부의 대북제재 명단에도 올라 있다.

그런 김 총국장은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자신이 ‘제2의 김창봉’ 혹은 허봉학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 청와대 기습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민족보위상 김창봉과 총정치국장 허봉학은 이듬해 ‘군벌주의 세력’으로 몰려 숙청당했다. 이후 북한은 남측과의 관계 개선을 꾀한다. 북한 외교가에서는 김 총국장이 이런 전례를 밟지 않으려고 남북 비밀접촉까지 폭로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총국장은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김정은은 내가 키웠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올해 초부터 김정은에게 각종 첩보를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는 등 ‘개인교습’을 해왔다.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의 권력욕과 안하무인적 성품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도 갈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같은 원로들조차 “젊은 놈이 김정은에게만 잘 보이기 위해 나라를 망친다”며 김 총국장을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무성이나 통일전선부의 대화파도 “자신의 권력 장악을 위한 보여주기식 성과 내기에 급급하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은 최근 남북 비핵화 회담이 이뤄지는 등 남북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김 총국장이 대남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이 김정은의 최측근 심복이라는 점에서 그가 숙청당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그의 성격과 행보 등으로 미뤄볼 때 숙청이 가시화될 경우 쿠데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