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이란 중부도시 이스파한의 중심가. 수도 테헤란보다 훨씬 작은 도시이지만 영어시험인 토플 등을 광고하는 선전문구는 테헤란 거리에서처럼 쉽게 볼 수 있다. 이란의 서방문화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이스파한=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26일 오후(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남부 전자제품 판매 중심가인 후에리 가(街). 컴퓨터와 가전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밀집해 서울의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한 곳이다. 가전제품을 파는 가게 서너 곳 중 하나는 삼성이나 LG 마크를 단 대리점들이다. 고객들도 한국제품 사용법을 꼬치꼬치 묻고 있었다.
“가샹게 코레(한국 대단해요).”
한국 기업의 선전은 가전제품뿐만이 아니다. 금융제재 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기업들의 활동공간이 사실상 없어지자 오히려 한국 기업들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새 변수가 되고 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에 한국도 가세한 모양새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은 소리 내지 않고 활동을 하는 게 특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앞세워 이란 내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테헤란 주재 한국 기업 관계자는 “이란의 건설·플랜트 시장 수요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국가 전부의 개발사업보다 많다”며 “중국이 최근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이란 정부는 파트너 찾기에 목말라 하고 있다. 석유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자국 경제에 산업화와 경제부흥의 물꼬를 터줄 수 있는 협력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중일 정세분석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이란 정부의 한 인사는 “한중일 3국 중 한국이 이란과 파트너십을 가진다면 최고의 조합”이라며 “페르시아 왕국의 화려한 영화(榮華)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한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석유 매장량이 세계 4위. 천연가스는 세계 2위인 자원의 보고(寶庫)다. 자신감도 여기서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테헤란사무소의 이태용 소장은 “이란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잠재력 충만의 시장”이라며 “경제제재가 풀리기를 기다린 후 액션을 취한다면 그때는 이미 떠나간 버스”라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테헤란·이스파한=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