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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불 지르는 소방수들 … 속타는 동료들

입력 | 2011-07-28 03:00:00


삼성 오승환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불렸던 26일 KIA와 삼성의 광주 경기. KIA가 2-1로 앞선 8회초 2사 후 선발 트레비스가 안타를 허용하자 KIA 벤치는 한기주를 마운드에 올렸다. 시속 150km를 넘는 빠른 공에 두둑한 배짱, 그리고 직전 2경기 연속 3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한 한기주였다. KIA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어긋났다. 조영훈을 시작으로 4타자 연속 안타를 내주며 2-5 역전을 허용했다. 공은 빨랐으나 모두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난타를 당했다. 9회말 5-2로 앞선 상황이 되자 삼성은 오승환을 투입했다. 오승환은 1이닝을 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아냈다.

이처럼 삼성과 나머지 7개 구단의 뒷문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올 시즌 듬직한 마무리를 보유한 팀은 오승환이 버티는 삼성이 유일하다. 오승환은 28세이브로 이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SK 정대현(11세이브)과 17세이브 차로 구원왕은 떼어놓은 당상이다.

전문 마무리 투수가 국내 프로야구에 등장하기 시작한 1984년 이후 구원 1, 2위의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1984년(윤석환 25개, 최계훈 9개)과 85년(권영호 26개, 김시진 10개)에만 16세이브 차가 났다.

오승환이 버티는 삼성은 올 시즌 9회에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9회에 이처럼 편하게 야구하는 팀은 삼성밖에 없다. 반면 26일 경기처럼 역전승은 밥 먹듯 한다.

반대로 나머지 7개 구단은 뼈아픈 역전패를 수시로 당한다. 선두다툼을 하는 KIA만 해도 유동훈, 손영민이 뒷문을 맡았으나 블론세이브를 하기 일쑤였다. 궁여지책으로 선발 요원인 윤석민과 로페즈가 결정적인 순간 세이브 투수를 자처하기도 했다.

LG는 시즌 전 마무리 후보였던 김광수가 계속 부진하자 아예 한화로 트레이드했다. 이후 신인 임찬규에게 뒷문을 맡겼으나 안정감이 떨어진다. 전반기 막판 선발 요원들을 뒤로 돌려썼다. 두산은 마무리 투수였던 임태훈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구멍이 뚫렸다. SK 정대현 역시 지난 몇 년에 비해 힘이 다소 떨어진 느낌이다.

올해 마무리 투수들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타자들의 기량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요즘 타자들은 시속 160km의 공도 가운데로 몰리면 쳐 낸다. 또 경기 막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고, 투수들의 구위가 조금만 떨어져도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오승환은 “몇 년 전만 해도 흔히 말하는 쉬어 가는 타순이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8, 9번 타자도 펑펑 홈런을 친다. 모든 타자에게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