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차량정비센터’ 여름나기
올겨울 제설작업에 투입될 제설차량을 서울시 차량정비센터 정비사들이 손보고 있다. 정비센터는 제설차를 비롯해 소방차, 쓰레기운반차 등 특수차량 3813대를 정비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5일 오후 정비센터에는 복사열이 차량 표면에 전해지면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눈이라도 팔다가는 반팔 아래 살이 화상을 입기 십상이다. 이곳에선 제설차량 187대를 포함해 서울시 소속 차량 3800여 대를 관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설차량의 정비가 주요 과제다. 트럭보다 덩치가 크고 특수장비가 부착돼 있어 직원들은 여름 내내 제설차량과 씨름해야 한다. 제설작업이 부실하면 자칫 한겨울에 시민 불만이 폭주하기 때문에 이 차량은 병원의 특실 환자처럼 대우받는다. 가장 중요한 항목은 제설차량 뒤쪽에서 회전하며 염화칼슘을 뿌려주는 컨베이어(이송기)와 슈트(회전판). 꼼꼼하게 정비하지 않으면 습하고 추운 날씨에 작동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된다. 그 바람에 제설차 한 대에 3명이 달라붙어야 이틀 만에 정비를 끝낼 수 있다. 덩치가 커 실내 정비 공간으로 들어가지 못해 야외에서만 정비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통이다. 정비센터에서는 겨울에 쓸 제설 차량 말고도 소방, 구급, 청소, 화물, 건설 등 각 분야의 중장비와 차량도 살피고 있다. 구조 구급용 차량은 한시라도 빨리 고쳐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하고 청소 차량 역시 하루만 늦어져도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기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다는 게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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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배 센터 소장은 “제설차는 서울시민 겨울 생활의 핵심이고 구조 구급차량은 생명과 직결된다”며 “모든 장비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 시민에게 빨리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한여름에도 겨울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비가 생명인 이곳에서는 빠르게 정비를 마치기 위해 그 어느 조직보다 팀워크를 중시한다. 팀워크를 만들어 가는 데는 청각장애 2급인 이길용 주무관(47)의 역할도 크다. 그와 소통하려면 종이에 글씨를 써야 한다. 직원들은 그가 보유한 47종의 정비기술을 글을 통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팀워크는 이 정비센터를 유지해 주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재호 인턴기자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