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아웅산 테러를 감행한 북한 공작원 강민철은 탈출을 위해 약속장소로 갔으나 자신을 데려갈 보트는 보이지 않았다. 미얀마 군경에 포위되자 강민철은 수류탄 안전핀을 뽑아 저항하다 체포됐다. 안전핀은 뽑았으나 안전버튼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수류탄이 저절로 터지는 것을 보고 강민철은 ‘조국이 날 죽이려고 이런 수류탄을 지급한 거구나’ 하고 배신감을 느껴 미얀마 당국에 북한 공작원임을 자백했다. 라종일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인간을 테러의 도구로 쓰고 쓰레기처럼 버리는 북한 체제의 비인간성을 엿볼 수 있다. 북한의 의도대로 강민철이 죽었더라면 아웅산 테러가 북한의 소행임을 증명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강민철은 25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08년 중증 간질환으로 사망했다. 강민철을 한국으로 데려와 북한 테러집단의 잔악성을 증언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는 체포 직후 한국으로 압송돼 재판과 사면을 거쳐 북한 테러의 증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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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