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자 이야기]立於惡人之朝와 與惡人言을…

입력 | 2011-07-25 03:00:00


맹자에 따르면 정치 참여와 인간관계에서 伯夷(백이)는 狹隘(협애)하고 柳下惠(유하혜)는 不恭(불공)했다. 백이는 악인의 조정에 서는 것과 악한 사람과 더불어 말하는 것을 미워했는데 그 점을 얼마나 미워했느냐 하면, 만일 그렇게 한다면 조정에서 집무 볼 때의 公服(공복) 차림으로 진흙이나 숯처럼 더러운 것 위에 앉아 있는 듯이 여겼다고 했다. 나아가 백이는 악을 미워하는 그 마음을 미루어, 향촌에서도 고을 사람이 만일 관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면 마치 자기를 더럽히지나 않을까 염려해서 허둥허둥 떠나갔다고 한다.

與惡人言의 與는 ‘…와 더불다’이다. 如…는 ‘…와 같이 여긴다’는 뜻을 담고 있다. 以는 수단이나 차림을 나타내는 말을 끌어온다. 朝衣朝冠은 조정에 나갈 때 입고 쓰는 公服이다. 塗炭(도탄)은 진흙과 숯으로, 더러운 물건을 비유한다. 推惡惡之心(추오악지심)은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미루어서’로, 그 주어는 백이이다. 思는 與鄕人立 이하 若將매焉까지를 목적어(빈어)로 지닌다. 望望然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둥허둥하는 모습이다. 若將매焉(약장매언)은 마치 장차 자신의 禮貌(예모)를 더럽히지나 않을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推惡惡之心의 주어를 맹자로 보아, ‘악을 미워하는 백이의 마음을 내가 미루어본다면’으로 풀이한다. 그렇다면 與鄕人立 이하 若將매焉까지는 백이가 실제로 향촌에서 그렇게 했다는 말이 아니게 된다. 만일 백이가 조정에서 정무를 본다고 할 때 관을 제대로 쓰지 않은 동향인과 함께 한다면 백이는 동향인의 태도가 자신의 禮貌까지 더럽히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허둥허둥 떠나려고 마음먹을 터인데, 바로 그런 마음에서 백이는 악인의 조정에서 악인과 더불어 말하기를 꺼렸다는 것이 된다. 이 설도 설득력이 있다. 다만 여기서는 관행대로 주희(주자)의 독법을 따랐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