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위한 정치개혁, 포퓰리즘 경계해야”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도호텔에서 열린 ‘한국정치의 쟁점, 정치이념의 지형 변화와 미래 국가비전’이라는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정치학자 20여 명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1일 ‘한국정치의 쟁점: 정치이념의 지형 변화와 미래 국가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복지를 선사하는 ‘로빈후드’가 되고 싶다면 어떤 정치제도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대안으로 유럽식 다당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확대 도입을 제안했다.
이날 회의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김세원), 한국정치학회(회장 박찬욱), 동아일보·채널A가 공동 주최했다.
강 위원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2008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하위 소득자와 상위 소득자의 총선 투표율 차이가 가장 큰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 다수제를 원칙으로 하고 부가적으로 비례대표제를 혼합하는)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 아래서는 자신의 표가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돈과 시간이 없는 서민계층들은 투표를 하려 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남국 고려대 교수도 “지구화의 진전이 가져온 소수자 대표와 사회적 연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수제 민주주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합의제 민주주의는 의원내각제, 연방제, 비례대표제와 친화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지 증진을 위한 정치제도 개혁이 ‘복지 포퓰리즘’을 조장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재흥 아주대 교수는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한국에서 비례대표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행정부와 의회가 분배적 정의와 성장을 동시에 이룰 조정 능력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철 인천대 교수도 “복지의 전반적인 확장이 분명 필요하지만 경쟁, 혁신, 모험, 도전, 투자 등과 같은 생산의 원동력을 없애버리면 복지의 미래도 없다”고 우려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