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은 아마도 한국 대중문화사에서 외설과 예술의 커다란 간극이 극명하게 드러난 해일 터이다.
그 해 7월1일 청소년 유해매체 규정 등을 핵심으로 한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되면서 더욱 불거진 간극은 영화 등에 대한 심의 결과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미 왕자웨이 감독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이 수입불가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그해 오늘,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가 공연윤리위원회(공륜)로부터 등급외판정을 받아 상영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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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륜은 “집단윤간, 포르노에 가까운 정사장면 등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일반 극장 상영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정했다.
만화가 이현세가 ‘천국의 신화’로 음란 폭력만화 유통 혐의를 받고 있었고 작가 장정일은 ‘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구속된 뒤 풀려난 때였다.
7월1일부터 시행된 청소년보호법과 10대들의 음란물 촬영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빨간 마후라’ 사건 등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나쁜 영화’는 결국 7월29일 윤간장면 등 25분 분량을 삭제한 뒤 재심의를 요첨, 연소자 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8월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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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