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의 8월’ 앞둔 양국
미 의회는 휴회에 들어가는 8월 6일 이전에, 우리나라는 8월 임시국회 때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 미국은 의회 양당 간 극단적 대치 속에서도 해법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한국은 한미 FTA 인준을 놓고 정치권의 ‘물리적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희망 보이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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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은 문제될 게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디폴트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가는 건 모두가 바라지 않는 만큼 의회가 파행으로 가긴 힘들 것이고, 여야가 한미 FTA 처리 자체에 이견이 크지 않기 때문에 채무 조정만 해결되면 일사천리로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아무것도 안 할 때가 문제지, 얼굴 붉히고 싸우는 건 일이 돼 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모의축조 심의가 끝났고, 백악관이 이행법안을 곧 제출하겠다고 한 만큼 처리는 시간문제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FTA를 어떻게 처리할지와 관련해 여야 간 차이는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실직자 구제지원책인 ‘무역조정지원(TAA)’ 연장안을 한미 FTA와 패키지로 처리하자는 반면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FTA와 TAA를 분리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미 의회가 휴회 전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한다는 전제하에 비준 절차를 준비 중”이라며 “지금은 미국만 바라보고 있지만 일주일 안에 우리도 의미 있는 준비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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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FTA만 놓고 보면 디폴트 벼랑 끝의 미국보다 우리가 더 위기”라며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벌어질지 모를 물리적 충돌이 제일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야권이 말하는 이른바 ‘12가지 독소조항’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하면서 자동차 쪽을 일부 양보하긴 했지만 국회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를 둘러싼 갈등이 미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소모적이라고 지적한다. TAA, 재정감축안 등과 입체적으로 연계해 명분과 실리를 찾는 미국과 비교해 우리 여당과 정부는 비준안 밀어붙이기에 급급하고 야권은 ‘재재협상’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평행선만 긋는 입장 대립이 계속될 경우 FTA로 얻을 국가이익이 표류한다”며 “여당이 비준안을 이끌며 야당에 먼저 협상카드를 내미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