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기아에 신음하는 이 마을에 13일 구호식량과 의약품을 가득 실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전세기 한 대가 착륙했다. 바이도아는 소말리아 무장테러단체 알샤바브의 점령지로 원래 서방의 구호단체나 국제기구 활동이 금지돼 있던 곳이다.
하지만 이 나라를 덮친 최악의 식량위기 앞에선 극악한 반군들도 총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굶주린 주민들의 처참한 현실 앞에서 결국 반군들조차 자신들이 ‘서방의 앞잡이’라고 욕하던 구호단체에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원래 알샤바브는 국제구호단체에 적대적이지 않았으나 3년 전부터 알카에다와 유착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을 ‘서방의 스파이’ ‘반이슬람 기독교 선교단체’로 규정하고 구호활동가 수십 명을 살해했다. 결국 유니세프를 비롯한 구호단체들은 2009년부터 자연스레 소말리아에서의 활동을 접었다.
알샤바브는 거듭되는 소말리아의 기아 사태에도 “우리는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외부 지원은 필요 없다”며 자신만만해했다. 하지만 최악의 가뭄이 온 나라를 휩쓸자 이달 초에 태도를 바꿨다. 정치적 목적 등 ‘숨겨진 저의’가 없는 한 구호단체의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17일 “심각한 가뭄으로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한 소말리아에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빠른 지원을 촉구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