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비즈룩 변신한 그들편안하다, 믿음직하다
그라운드를 호령하던 왕년의 야구 스타들이 동아일보 위크엔드3.0 독자들을 위해 한껏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평소 잘 입지 않던 하얀 바지를 입고 화려한 포켓 스퀘어를 왼쪽 가슴에 꽂은 데 이어 앞코가 날렵한 윙슈즈까지 신었다. 사진 위 오른쪽은 이순철 MBC 스포츠+해설위원, 왼쪽은 김재박 전 LG 감독, 아래쪽은 장효조 삼성 2군 감독. 제일모직 갤럭시 제공
김재박, 장효조, 이만수, 한대화, 이순철, 선동열, 장종훈, 박정태, 양준혁, 김기태.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어느덧 독자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녹색 다이아몬드 그라운드가 그려질 것이다. 소속팀, 나이, 포지션 모두 다르지만 이들이 ‘레전드(전설)’란 이름으로 야구장이 아닌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뭉쳤다. 그라운드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야구의 전설들이 새로운 ‘레전드 스타일’을 제안하는 현장을 동아일보 위크엔드3.0이 다녀왔다.
슈트-캐주얼 차려입고 화보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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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한국야구위원회가 프로야구 30주년을 기념해 야구인, 언론인, 팬 등을 대상으로 ‘프로야구 30년 레전드 올스타 베스트 10’을 뽑았다. 베스트 10으로 뽑힌 이들은 이날 메이크업 스튜디오에서 머리 손질을 하고 간단한 얼굴 화장까지 받은 뒤 촬영 스튜디오에서 제일모직 갤럭시가 제안한 슈트와 캐주얼 의상을 입고 화보 촬영을 했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은 해외 출국 일정이 잡혀 8일 미리 촬영을 했다.
베스트 10 가운데 김재박 전 LG 감독, 장효조 삼성 2군 감독, 한대화 한화 감독, 이순철 MBC스포츠+ 해설위원 등 고참 4명은 동아일보 위크엔드3.0 독자들을 위해 쿨비즈 의상을 입고 ‘리더의 스타일’을 제안했다. 후배들 앞에서 머쓱해하던 것도 잠시, 사진작가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전문모델 못지않은 자세를 연출하며 촬영에 응했다.
리더십의 상징 ‘블루슈트’로 모델 뺨치는 스타일 연출
한대화 한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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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화 감독은 중장년 남성들이 다소 꺼릴 수 있는 보라색을 멋스럽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밝은 보라색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에 체크 셔츠를 함께 입어 일명 ‘스마트 클래식 스타일’의 리더 룩을 제안했다. 과감히 보라색 재킷과 보색인 옐로 페이즐리 포켓 스퀘어를 꽂아 감각 있는 컬러 매치에도 도전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굴이 하얀 이순철 위원은 밝은 회색 바탕에 파란색과 빨간색 체크 패턴의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을 골랐다. 얼굴이 까무잡잡할 경우 밝은 회색 재킷은 얼굴색을 더 어둡게 보이게 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너웨어로는 감각적인 분홍색 피케 셔츠를 입고 흰색 포켓 스퀘어와 흰색 바지로 마무리해 이 위원의 깔끔한 이미지를 살렸다.
11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프로야구 30년 레전드 올스타 베스트 10’ 화보 촬영장에 모인 왕년의 야구 스타들. 뒷줄에 있던 후배들이 “선배님 흰머리가 왜 이리 많아졌습니까”라고 한마디하자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이 “너희들이 고생시켜서 그렇지”라고 말해 촬영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태 이순철 한대화 김기태 양준혁 장종훈 이만수 김재박 장효조.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은 해외 출국 일정 때문에 이날 촬영장에 함께하지 못했다. 제일모직 갤럭시 제공
레전드 올스타, ‘전설의 블루’를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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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리더십’은 이 시대 야구의 전설들을 만나 더욱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레전드 올스타들은 블루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로 한껏 멋을 냈다. 싱글 브레스티드 슈트는 넉넉한 품을 유지하면서도 몸의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 요즘 각광받는 스타일이다. 몸을 움직이기 편안하면서도 한국 남성의 체형 단점을 보완하며 슬림한 라인을 연출해주는 재단으로 어느덧 중장년이 된 40, 50대 왕년의 야구 스타들에게 제격이었다.
재킷 안에는 흰 셔츠 대신 밝은 파란 셔츠를 입어 경기장에서 검게 그을린 피부를 더욱 건강하게 보이도록 연출했다. 나이가 들수록 붉고 검은 피부색이 도드라지는 중장년 남성의 경우 밋밋한 흰 셔츠보다 옅은 컬러 셔츠가 전체 스타일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또 사선으로 된 블루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 신뢰감을 주는 스타일로 완성했다. 특별한 자리가 있다면 넥타이 대신 블루 체크 보타이로만 바꿔 줘도 40대의 품격과 20대의 감각이 빛나는 리더 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다.
그라운드 밖 그라운드 이야기
선동열 전 삼성 감독.
김기태 LG 2군 감독은 이날 부인,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 아들 2명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 김 감독의 큰아들은 리틀 야구단에서 외야수를, 작은 아들은 투수 포지션을 맡을 만큼 야구 가족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은 물론이고 지금도 야구장에 매여 있다 보니 제대로 된 가족사진이 없어 이번 기회를 통해 가족사진을 찍으러 모처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선배들보다 뒤늦게 촬영장에 들어선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촬영장 이곳저곳을 돌며 먼저 도착한 선배들에게 인사부터 했다. 은퇴 후 방송에서 활약상이 돋보이는 양 위원은 네이비 재킷에 흰색 저지 티셔츠, 밝은 회색 9분 바지로 한껏 멋을 내고 왔다. 친정팀 선배 이만수 SK 2군 감독과는 ‘밥 묵었나’라는 대구 특유의 인사부터 건네며 진한 포옹까지 나눴다. 야구계 대표적인 트위터러이기도 한 양 위원은 수시로 선배들의 촬영 모습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이 감독은 “평상시에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데 화보까지 촬영하니 다시 스타가 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팬티 세리머니’ 등 다양한 팬 서비스를 시도했던 그는 “이제 선수들이 팬 서비스를 해야 할 차례”라며 “다양한 이벤트나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선수 못지않은 짧은 머리로 나타난 박정태 롯데 2군 감독은 “화보 촬영이 있을 줄 모르고 머리를 잘랐다”며 서운해하기도 했다. 한대화 감독은 슈트를 입고 배트를 휘두르라는 사진작가의 요청에 “슈트를 입고 방망이를 휘둘러 보는 건 처음”이라며 영 어색해했지만 곧 시원한 스윙을 연출하며 과거의 ‘야왕’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단체 촬영을 위해 앞줄에 앉은 장효조 감독의 머리를 보며 뒷줄에 있던 후배들이 ‘선배님 흰머리가 왜 이리 많아졌습니까’라고 말하자 장 감독은 ‘너희들이 고생시켜서 그렇지’라고 답해 촬영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찍은 화보와 제작 현장을 담은 동영상은 23일 올스타전이 열리는 잠실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팬들에게 깜짝 공개될 예정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