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요즘 한창 인기 폭발 중인 ‘나는 가수다’는 가요계 판도까지 바꿀 정도로 영향력도 엄청나다. 분명 재미는 있다. 대다수 사람이 좋아한다. 대다수가 좋다고 하면 소수는 이의가 있더라도 대다수 의견에 마지못해 동조해 점점 침묵하고 만다는 침묵의 나선대로 나도 침묵할 수 있다.
하지만 작정하고 이견을 말하려고 한다. 과연 영향력이 크다고, 재미있다고 좋은 프로그램일까? 그냥 그러려니 하면 그만이겠지만 가만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가수다’는 순수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과 복합된 프로그램이다. 예능이라는 말도 요즘 TV의 버라이어티(?) 쇼들 때문에 원래 의미가 심하게 변질됐다. 이제 예능이란 멋있는 예술적 재주가 아니라 웃기는 말솜씨 재주를 뜻한다. 예능+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나는 가수다’는 시청자들에게 이제껏 듣고 보지 못한 새로운 포맷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을 만하다.
‘나는 가수다’를 가만히 생각하면 왠지 삭막한 철망 안에서 피 튀기며 잔인하게 펼쳐지는 UFC 종합격투기를 보는 느낌이다. 싸움을 하는 격투기는 경쟁이 맞다. 하지만 음악은 경쟁과 어울리지 않는다. 소리(音)로 즐거워(樂)지려는 것이 음악이다. 음악에 승자와 패자가 확실해서는 어색하다. 오히려 애매해야 자연스럽다. 신인가수 등용의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고, 아마추어가 아니고 프로인 기성가수들을 대상으로 누가 잘 부르는지 따지며 듣고 보는 것은 한마디로 좀 유치하지 않은가? 무섭기도 하면서 우습기도 하다.
프로(professional)란 고백한다(profess)는 뜻 그대로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고백하는 경지에 다다른 고수이다. 음악에서 진정한 프로는 스포츠 경기처럼 맞붙어 경쟁하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라지만 음악만큼은 승부와 관계없이 음악 그대로 자연스럽게 즐기면 어떨까. 싸워서 이기려는 전략이 아니라 물 흐르는 순리에 따라 살면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 더 잘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