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을 돼지에 비유하다니”… “천박한 발언… 장관 사퇴해야”재정부 “취지 잘못 전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의 복지 확대 요구를 ‘포크배럴(pork barrel)’에 빗댄 데 대해 여야가 발끈했다.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김성태 의원은 8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국의 장관이 (의원들을) 돼지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런 오만불손한 국정운영이 계속된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아무리 쇄신, 변화돼도 국민에게 다가갈 수 없다”며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이런 장관들부터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4 전당대회에서 무상급식, 등록금 부담 완화 등을 내걸었던 유승민 최고위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겠다는 정책을 포크배럴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 담당 장관이 감세를 고집하면서 국민을 위해 돈을 쓰자는 것을 포퓰리즘으로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내부 협의를 거쳐 청와대와 정부에 당의 입장을 명확하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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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박 장관은 6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포크배럴에 맞서 재정 규율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무상복지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재정 정책 책임자로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박 장관이 이런 정치권의 행태를 미국 정치의 ‘포크배럴’에 비유하면서 거센 반발을 샀다. 여야는 박 장관이 정치권의 무상복지 정책을 농장주가 노예에게 던져주는 돼지고기 한 조각에 견줬다며 그의 발언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재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재정부는 “포크배럴은 의회정치의 구태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특정 분야나 계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뜻이라고 사전에 적혀 있다. 국회를 돼지에 비유한 건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포크배럴(pork barr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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