石선장 살린 곳, 생사 기로 섰다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 동아일보DB
경기도와 아주대병원이 4월 맺은 ‘석해균 프로젝트’는 이미 중단됐고 의료진 부족으로 센터 자체도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섰다. 이국종 교수(42)도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센터를 계속 운영할지는 연말이 고비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석해균 프로젝트란 중증외상환자 더 살리기 업무협약. 사고 현장에 도착한 응급구조사나 경기도 내 6개 병원 응급실이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 환자 구조를 요청하면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팀이 헬기를 타고 현장에 날아가 응급처치를 한 뒤 아주대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기로 돼 있었다.
:: 중증외상 ::
외상(外傷)이란 교통사고 총상 자해 추락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입게 되는 부상.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입은 총상처럼 신체 장기가 파열되고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외상을 중증외상이라 부른다. 암 심혈관질환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한다.
▼ 이국종 교수 “수술할 전문의 모자라 탈진 상태” ▼
○ 중단된 석해균 프로젝트
이국종 교수
7월에 정식 발령을 받은 정경원 교수(35)는 세 아이의 아빠. 하지만 지난 1년간 부산의 자택에 단 4번 다녀왔다. 군대에서 다리를 다친 뒤 박은 철심을 제거할 시기가 지났지만 수술받을 시간조차 없었다. 팀원 가운데 1명이라도 못 버티면 팀은 해체된다. 병원 측에 수술간호사 2명, 전공의 1명을 보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다.
이 교수는 “의사도 쉬어야 수술을 할 것 아니냐”고 힘없이 말했다. 1월 석 선장을 데리고 오만의 공항을 당당히 걸어 나오던 모습과 달리, 그는 지쳐 있었다.
○ 모두가 꺼리는 중증외상 진료
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병원들이 꺼리는 진료 분야다. 진료 수가가 워낙 낮은 데다 과잉진료라며 건강보험 수가가 깎이는 일도 부지기수다. 정부 지원은 당직비 명목인 2억 원이 전부. 소의영 아주대의료원장은 “중증외상센터가 아주대병원의 상징인데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을 고려하면 병원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중증외상특성화센터는 모두 35곳. 이 중 아주대병원에만 환자가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병원은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직 의사를 적어둔 ‘표’만 있지 진짜 당직 ‘의사’는 없는 형편. 이 교수는 “언제 정부에 센터를 지어달라고 했나. 중증외상 전문의사 한두 명만이라도 키워 달라”고 호소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7년 한 해에 중증외상으로 사망한 환자는 2만8359명. 이 가운데 32.6%인 9245명은 신속한 구조와 치료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중증외상센터 20곳에 의료진 인건비로 연간 3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일회성 지원에 그칠 수 있다. 센터 지원금인 응급의료기금이 2013년부터 2000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줄어들기 때문. 현재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의 20%를 응급의료기금으로 쓰게 돼 있는 규정이 2013년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이를 보완할 ‘응급의료법’이 발의돼 있으나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중증외상이 한국에서 제일 시급한 문제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분명한 건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가 암, 2위가 심혈관 질환, 3위가 중증외상”이라고 말했다.
석 선장 치료 당시에는 ‘영웅’처럼 보였지만 이 교수는 스스로를 ‘계륵’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가 친화력이 떨어져 병원 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장기뿐 아니라 척추, 골절 등 여러 외상을 가진 환자를 치료할 때는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이 필수적. 이 교수가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 내 다른 과에도 중증 환자가 늘게 된다. 그는 “석 선장 일은 우리 병원에서는 다 지나간 일이다. 거품은 꺼졌다. 팀 분위기는 더 황폐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