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원-남 트리오 3, 4, 5위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3∼5위로 지도부에 입성한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 (왼쪽부터)이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40대 트리오인 남경필 원희룡 나경원 의원은 어느 때보다 당권 고지에 가까이 접근하는 듯했으나 정상 등극엔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이들의 입성으로 한나라당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40대로 채워져 한나라당 지도부가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번 지도부 5명 중 40대는 1명뿐이었다.
○ 50대 이상 당심(黨心)의 벽
홍준표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원희룡 최고위원은 ‘의외의’ 4위를 기록했다. 선거 기간 내내 ‘40대 당 대표’ ‘20, 30대 표심 공략’을 내세웠지만 홍 대표의 ‘박근혜 지킴이론’에 무릎을 꿇었다.
홍 대표를 지지했다는 한 50대 초선 의원은 “개혁도 좋지만 나보다 어린 40대가 당 대표를 하는 장면을 정서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원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했지만 “원희룡이 대표 되면 내년 공천 탈락한다”는 위기감이 당내 중진들 사이에 퍼졌고, 50대 이상의 표심이 홍 대표에게 쏠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 선거인단 21만2399명 중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전체의 54.3%인 11만5473명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유권자 중 50대 이상이 36.6%였던 것에 비해 한나라당 당심이 상대적으로 고령임을 알 수 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압도적인 대중성을 무기로 지난해 전당대회에 이어 여성 몫이 아닌 자력으로 3위를 기록해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정치 프로’인 대의원과 당원을 상대로 한 투표에서는 전체 7명 중 4위를 기록해 지난 1년간 ‘정치인 나경원’의 성장을 당내에서 인정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당내 소장파와 일부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원을 기대한 남경필 최고위원도 턱걸이로 지도부에 입성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4·2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기여한 남 최고위원은 선거 초반에는 내심 상위권 진입을 노렸으나 운동기간 내내 당내 보수층의 벽을 절감했다고 한다.
○ 그래도 지도부의 60%가 40대
그럼에도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40대가 대거 지도부에 입성한 것 자체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40대 당 대표라는 전면적 변화보다는 40대 최고위원을 절반 이상 선택하는 점진적 혁신을 당원들이 바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들 세 명의 정치적 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50대 홍 대표에게 맞선 ‘전략적 제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대학과 사법시험 동기인 나-원 최고위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이어 1년 만에 이번 전대에서 리턴매치를 벌였는데 이번에도 나 최고위원이 이겼다. 남 최고위원은 원 최고위원을 ‘친이계 대리인’이라고 공개 비판하고 나서 서로 냉랭한 사이가 됐다. 이날 전대에서도 홍-원 최고위원은 선거 후 뜨겁게 포옹했으나 이들 3명은 다소 서먹서먹했다.
▽나경원 최고위원 △서울(48)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 △서울행정법원 판사 △17(비례), 18대 의원(서울 중) △한나라당 대변인, 최고위원
▽원희룡 최고위원 △제주 서귀포(47) △제주제일고 △서울대 법대 △서울지검 검사 △16, 17, 18대 의원(서울 양천갑)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무총장
▽남경필 최고위원 △서울(46) △경복고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미국 예일대 대학원 △15, 16, 17, 18대 의원(수원 팔달) △한나라당 대변인,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