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박삼구 회장측, 금호석화 지분처리 계획 내일까지 내라”
특히 채권단이 6일까지 박삼구 회장 측에 금호석화 지분 처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형제간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 박찬구 회장, 금호석화 독립시도 계속
박찬구 회장은 2009년 7월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박삼구 회장과 동반 퇴진했다가 지난해 3월 복귀한 뒤에도 금호석화의 독립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금호석화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룹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한 이유는 금호석화 계열분리의 초석을 놓기 위해서다. 이 두 회사가 그룹에서 분리되면 금호그룹 내 주요 계열사는 금호석화만 남게 된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 측이 경영하기로 한 채권단과의 약정에 따라 그룹 내에서 박삼구 회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 사실상 없어진다는 계산이다.
이미 독자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박찬구 회장이 법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는 등 분리를 서두르는 이유는 앞으로 상황이 불투명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호석화는 워크아웃보다 경영의 자율권이 좀 더 보장되는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었는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최대주주(14.41%)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실적이 크게 호전된 금호석화로서는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하기 싫다는 것도 한 이유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과 박삼구 회장의 관심 영역이 다른데, 대우건설 인수 때 지급보증을 서는 등 박찬구 회장으로서는 원치 않는 역할을 한 것도 계열분리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 박삼구 회장측 “지분정리 채권단과 협의”
분리를 서두르는 금호석화에 비해 금호그룹은 그룹의 경영정상화가 우선이고, 이미 분리경영을 하고 있는 만큼 지분정리 등을 포함한 법적인 계열분리 절차는 나중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분리경영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 지분 정리에 따르는 시장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할 때 전략적으로 시간을 갖고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박삼구 회장 측에 분리경영을 시작할 때 약속한 금호석화 지분 정리계획을 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는 “지분 정리는 채권단과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며 “언제 어떻게 지분을 정리하는 게 효율적이고 그룹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 어느 시점이 가장 적절한지 등을 판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