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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이 책]1:1.618… 황금비율에 얽힌 신화는 허구

입력 | 2011-07-02 03:00:00

◇황금비율의 진실/마리오 리비오 지음·권민 옮김/432쪽·2만원·공존




김명남 과학 전문 번역가

“황금수 1.6180339887은 얼핏 보기에 경이로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라. 수학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누구나 황금 비율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미리 말해두자면, 당신의 알몸은 물론이고 피라미드, 솔방울, 피카소의 작품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다빈치 코드’를 쓴 소설가 댄 브라운이 이 책에 대해 쓴 추천사다. 왜 소설가가 수학책 추천사를 썼느냐고? 눈 밝은 독자라면 눈치 챘을 것이다. 그의 소설에서 문제의 코드를 푸는 열쇠가 바로 황금수였다. 주인공 랭던 교수가 황금비의 아름다움과 피보나치수열의 경이로움을 강연하던 장면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1 대 1.618의 비로 나뉘는 직선을 말하는 황금비. 혹은 거기에서 나온 1.618이라는 황금수는 기원전 6세기부터 인류의 마음을 매혹했던 특별한 숫자다. 유클리드가 최초로 설명했던 황금비의 기하학적 정의는 단순하다. 어떤 직선을 둘로 나눴을 때 ‘전체 직선의 길이: 큰 조각의 길이=큰 조각의 길이: 작은 조각의 길이’가 되는 지점이 바로 황금비다. 재미난 특성이기는 한데 뭐가 중요하기에 ‘신성한 비율’이라고까지 칭송될까?

황금비의 매력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나타난다는 점이다. 장미의 꽃잎 배열, 앵무조개의 나선형 껍데기 등 뜻밖의 곳에서도 황금비는 모습을 드러낸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학자, 생물학자, 화가, 음악가, 건축가, 심리학자 등 수많은 학자가 이 수의 보편성을 고민했다. 이처럼 모든 분야의 사상가들에게 영감을 준 숫자는 인류 역사상 없었다.

하지만 자연과 예술 도처에 황금비가 드러난다는 것은 이젠 상식이 됐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 황금비에 따라 건축됐고 몬드리안의 구성주의 회화가 황금비에 따라 조직됐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아름다운 얼굴도 황금비로 나뉜다고 한다. 그러니 이 수를 신비로운 섭리로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식들이 과연 진실일까?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천문학자 겸 저술가인 저자는 황금비의 매력을 인정하면서도 여기에 얽힌 신화들은 대부분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댄 브라운의 추천사가 어색해지는 순간이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누구든 저자의 결론에 수긍하게 된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황금비율에 맞춰 건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황금비율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렸을 때도 황금비율보다 자연수를 이용한 간단한 비율을 더 많이 활용했다. 그러나 자연속에서 황금비율은 쉽게 발견된다. 우주 속 은하들은 나선 팔이 황금비율에 따라 뻗어 나왔다. 연체동물인 앵무조개도 황금비율을 따르는 나선 형태로 유명하다. 공존 제공

이 책은 수학의 수천 년 역사를 황금비를 중심으로 재구성됐다. 수론의 아버지 피타고라스, 기하학을 정립하여 황금비의 아름다움을 보였던 그리스인들, 황금비와 긴밀하게 연관된 수열을 널리 알렸던 피보나치, 황금비를 수학에서 예술로 가져왔던 르네상스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황금비에 대한 신화들을 하나하나 기각한다. 이집트의 대피라미드에 황금비가 쓰였을 가능성, 그리스 이전 바빌로니아나 이집트 사람들이 황금비를 의식적으로 사용했다는 문헌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파르테논 신전 역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재 봐도 황금비가 아니다. 다빈치나 몬드리안 등 여러 화가의 작품이 황금비로 구성됐을 가능성도 없다. 몬드리안은 자신의 작품을 숫자로 분석하려는 사람을 비웃기도 했다. 물론 실제로 황금비를 썼던 예술가들이 있긴 하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가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명시적으로 황금비를 채택했다는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한 인공물에서 억지로 황금비를 읽어내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느 부분을 잴 것인가 하는 것부터가 임의적인 데다가 측정에 늘 오차가 있기 때문. 더구나 황금비는 두 숫자를 나눈 것이므로 오차는 2배가 된다. 그보다는 예부터 사람들이 단순한 자연수들의 비를 사용하길 좋아했다고 보는 게 옳다. 5 대 3이나 8 대 5 같은 단순한 비율들을 풀어보면 모두 황금비에 가깝다.

숫자 추적 역사 다큐멘터리라 할 만한 이 책은 흥미 추구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과 예술에 의도적으로 황금비를 적용한 건 아닌데도 왜 이토록 황금비가 넘쳐날까? 이는 수학이 현실과 어떤 관련을 맺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수학은 인간이 생각해낸 추상에 불과하건만 어째서 이렇게 세상을 잘 묘사할까? 대체 수학적 실체란 뭘까? 저자가 정말로 말하려고 하는 바는 이런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황금비가 없는 곳에서도 극구 황금비를 읽고 싶어 하는 이유는 바로 수학을 발명해낸 인류의 본능과 관계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사족. 이 책은 보통의 판형과 달리 황금비로 재단됐다. 정말 더 아름다워 보이는가?

김명남 과학 전문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