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찾기-박현숙 그림 제공 포털아트
올해 마흔 둘인 조 과장은 나눔이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입니다. 나눔이라는 말이 넘쳐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이렇게 흔한데 세상이 왜 이 모양인가, 그는 술만 들어가면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나눔을 행하는 사람의 넉넉한 표정을 보노라면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죄인이라도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는 언성을 높입니다. 자신도 나누고 싶지만 박봉에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 온갖 공과금까지 찢기고 나면 참으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나눌 건더기가 없다고 그는 울상을 짓곤 합니다. 그런 조 과장에게 누군가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한 달 뒤에 베풀 잔치를 위해 소젖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소젖을 한 달 동안 보관하는 일이 어려워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낸 그는 한 달 동안 소젖을 짜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에게서 새끼를 떼어내 젖을 먹지 못하게 했습니다. 소젖을 짜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 잔치 당일에 한꺼번에 짤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이윽고 잔치 당일이 되어 동네사람들이 집으로 모여들었을 때 그는 소를 끌고 와 즉석에서 젖을 짜 사람들에게 따끈한 젖을 나누어 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에게서는 단 한 방울의 젖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젖을 짜지 않고 새끼에게 먹이지도 않아 완전히 말라버린 때문이었습니다.
나눔의 근본은 물질이기 이전에 마음입니다. 나눔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나눔을 단지 물질적 교환행위로 보기 때문입니다. 나눔을 베푸는 사람이 자신의 도덕적 우위를 의식한다면 그것은 행하지 않느니만 못한 사회적 차별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옹졸하고 옹색한 마음으로는 억만금을 가지고도 나눌 수 없는 것, 진실한 마음만 있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나 무궁무진하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곧 나눔이기 때문입니다. 진정 마음으로 나누지 못하면 아무것도 나눌 수 없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