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성 ROTC 후보생 7명 방한… 첫 훈련받는 고려대 후배들에 ‘고민상담’
2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를 찾은 미국 여성 학군장교(ROTC) 후보생들이 국내 첫 여성 ROTC 후보생인 정지윤 씨(가운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종암동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군복을 입은 미국 여성 7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해외 군사문화 탐방을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학군사관(ROTC) 후보생들. 육군 학생중앙군사학교는 한국 ROTC 창설 50주년을 맞아 한미 여성 ROTC 후보생들의 만남 등 한미 ROTC 후보생들 간의 군사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국내에는 올해 처음 여성 ROTC 제도가 도입됐지만 미국은 1973년부터 여성 후보생을 발탁해 군 인재로 육성해 오고 있다. 이날 고려대를 방문한 미국 여성 ROTC 후보생들은 막 후보생 생활을 시작한 고려대 여학생들에게 군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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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미국이나 양쪽 모두 임관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다. 고려대 후보생들은 학기 중에는 화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체력훈련을 한 뒤 오전 10시까지 군사이론을 배운다. 미국 후보생들은 일주일에 세 번씩 아침 운동을 하고 금요일에는 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받는다. 두 나라 모두 남녀 후보생이 동일한 훈련을 받는다.
“체력적으로 남자 후보생들에게 뒤처지는 부분이 걱정”이라는 한국 후보생들의 고민에 대해 미국 후보생들은 나름대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헤일리 피셔 씨(20·오리건주립대 역사학 3)는 “남자들보다 달리기가 느릴 수도 있고 체력 훈련이 버거울 수 있다”며 “하지만 2년 넘게 후보생 생활을 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자신이 매일 최선을 다하느냐였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여성 학군장교(ROTC) 후보생 11명이 2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ROTC 사무실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 씨는 “격려해 주는 사람도 많지만 ‘여자가 웬 군복이냐’는 훈계조의 발언부터 ‘취업을 위한 경력 쌓기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며 “아무래도 국내 첫 여성 후보생이다 보니 주변의 관심이 너무 많아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후보생들도 “2년 넘게 ROTC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캠퍼스에선 낯선 시선을 받는다”며 “특히 훈련복을 입고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은 고역”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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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