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예능작가하다 업종 전환24시간 붙어살며 캐릭터 궁리”
‘최고의 사랑’의 자매 작가 중 언니 홍정은(왼쪽), 동생 미란 씨. 두 사람은 “연예계 얘기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가십과 댓글에서 소재를 얻었다. 연예인도 가족이 있는 현실 속의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독고진과 구애정을 창조해낸 두 사람, 홍정은 홍미란 작가를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주 토요일 새벽 마지막 회 원고를 끝마쳤다고 했다.
코믹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독고진과 현실적인 ‘생계형 연예인’ 구애정, 두 배역을 완성하는 데는 배우의 몫도 컸다. 두 사람은 “첫 회 때는 시청률이 낮아 걱정했지만 캐릭터의 힘이 딱 잡힌 걸 보고 앞으로 잘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두 배역이 차승원 씨와 공효진 씨를 만나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했다. “특히 차승원 씨가 말맛을 잘 살려주셨어요. 트위터나 댓글처럼 짧은 문장이 많은 요즘 트렌드에 ‘충전’ ‘극복’ ‘띵똥’ 같은 짧은 단어들이 잘 맞았던 것 같고요.”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 전엔 두 사람 모두 오락프로그램 작가로 일했다. 언니가 8년차, 동생이 5년차가 됐을 때 드라마 작가로 전업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한집에 살며 24시간 붙어 지낸다. 언니 정은 씨는 “서로 ‘싫어하는 것’이 같다. 내가 뭔가를 싫어하는 이유를 굳이 설득할 필요가 없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생산적인 회의가 가능한 사이”라고 설명했다.
“‘최고의 사랑’은 캐릭터의 힘으로 가는 작품이라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게 힘들었다. 에피소드를 100개쯤 만들면 한두 개만 남는다.”(정은 씨) “작품을 쓸 때는 늘 내가 골방에 틀어박혀 뭐하는 짓인가 생각한다. 그런데 또 쉴 때면 그걸 잊어버린다.”(미란 씨)
사람도 못 만나고 신경을 곤두세워 글을 써야 하는 ‘직업적 고충’이 있지만 “늘 시청자로서 드라마를 즐긴다” “지금도 안 쓴 시놉시스를 몇 개 갖고 있다”는 두 사람은 천생 작가다. ‘최고의 사랑’은 그런 자매에게 어떤 작품일까.
“그동안 기억상실이나 구미호처럼 현실에 없을 법한, 판타지 속에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왔다면 이번 드라마에서는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는 게 달라요. 또 그 점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독고진과 구애정이라는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캐릭터가 됐다는 게 가장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