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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체육교사 박지성 김연아

입력 | 2011-06-24 03:00:00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치고 나중에 총리를 지낸 영국 웰즐리 웰링턴 장군은 “워털루의 승리는 이튼 운동장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명문 귀족학교인 이튼스쿨은 세계 최초로 체육수업을 도입했다. 몰락한 아일랜드 귀족의 후손이었던 웰링턴은 공부도 별로고 행동도 느려 촉망받는 학생이 아니었지만 체육만큼은 열심히 했다. 지금도 이튼스쿨은 수업은 오전에 하고 오후시간은 축구 승마 조정 등 체육 활동으로 진행된다.

▷체육은 체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두뇌를 발달시키고 스포츠맨십을 통한 규칙 준수, 공동체의식 향상 등 인성교육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체육 시수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초등학교는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을 제외한 수업일수 10일 동안 최소 200분, 중고교는 400분을 체육에 할애한다. 프랑스 중학교의 경우 체육을 프랑스어, 수학과 함께 주당 4시간씩 배정한다. 영어 시수(3시간)보다 많다. 호주는 5∼18세는 매일 1시간 이상 신체활동을 하고 컴퓨터 게임 등 전자매체 사용은 하루 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신체활동 참가 권고문’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 체육수업이 저조한 것은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입시위주 수업과 인터넷 게임 과 관련이 깊다. 2009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 5일 60분 이상 운동하자는 이른바 ‘7560+’ 실천율은 13.3%에 불과했다.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체육수업을 할라치면 “입시를 책임질 거냐”며 학부모의 항의가 빗발친다. 그러다 보니 몸집은 커져도 체력은 떨어지는 덩치 큰 약골이 급증하고 있다. 2000년부터 10년 사이 최상위 체력인 1급은 4.7% 줄고 최하위 체력인 5급 비율은 12.5% 늘어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어제 스포츠 스타가 학교를 찾아 체육활동을 지도하도록 하는 학생 체육활동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체육 재능뱅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박지성 김연아 같은 선수가 1일 체육교사를 한 번 해주는 것만으로도 운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의지가 폭발할 것이다. 재능기부 행렬에 스포츠 스타의 참가가 이어져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어린 학생들에게 돌려주면 좋을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