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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느끼는 빛과 색의 마술

입력 | 2011-06-21 03:00:00

옵 - 키네틱 아트 거장 크루스디에스 국내 첫 개인전




형태 없이 색채만으로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가 카를로스 크루스디에스씨의 공간설치 작품. 투명한 빛의 띠가 겹쳐지면서 빛의 간섭현상을 체험하게 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전시장은 빛으로 채워져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한데 빨강 파랑 노랑 조명이 각기 설치된 방에 들어설 때마다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빨강 빛이 내리쬐는 방에 들어가 3분 정도 있으면 공간이 하얗게 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삼원색이 겹치며 백색광을 만드는 원리를 바탕에 둔 작품으로, 빛은 시각이 아니라 인지작용이란 것을 일깨운다.

서울 강북구 번동 ‘꿈의 숲 아트센터’ 공원에 자리한 상상톡톡 미술관과 드림갤러리에서 열리는 ‘색의 공간, 빛의 시간: 유쾌한 색과 빛 체험’전은 색을 몸으로 느끼는 전시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카를로스 크루스디에스 씨(88)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크루스디에스 씨는 관객의 이동과 시선에 따라 작품의 선과 형태가 움직이는 듯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옵-키네틱 아트의 거장. 형태가 아닌 순수한 색에 집중한 작품을 발표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전시장에선 예술과 과학,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쌍방형 체험작업과 평면, 설치작품을 볼 수 있다. 색과 색의 경계에서 제3의 색이 만들어지는 색 간섭현상, 여러 색과 형태가 겹쳐지면서 일어나는 착시현상을 배우는 자리다. 특히 상상톡톡에 설치된 작품은 색의 과학적 원리를 확인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색채로 된 빛의 띠가 흰 벽면에 등장하면서 빛의 변화와 모호성을 보여주는 ‘움직이는 빛 놀이 시간’, 투명한 색상의 비닐판의 틈새 사이로 주변을 관찰하는 ‘유쾌한 색깔 소나기’ 등.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작가와 더불어 현재진행형 작품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경험한다.

색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평면과 설치작품에선 주황과 초록색을 병치하면 존재하지도 않는 노란색이 우리 눈에 보이고, 연속된 줄무늬가 겹치면서 기하학적 곡선무늬가 생겨나는 무아레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식을 개입하지 말고 눈으로 본 것을 오롯이 즐길 때 만족감이 더 커진다. 9월 13일까지. 5000∼8000원. 02-2289-540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