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동상에 페인트 투척’ 논란 부산 임시수도거리, 성격-명칭 싸고 시끌市 “동상은 볼거리들 중 하나”… 4·19단체 “명칭 변경할 속셈”
부민동 주민 14명으로 구성된 마실 이야기꾼(마을 해설사)들이 관광객들에게 마을을 소개하기 위해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부민동자치센터 제공
그러나 정확히 17일 전 기념거리 중앙에 있던 동상은 사라지고 높이 50cm, 가로 세로 1m 받침대만 그대로 남아 있다. 주민들은 최근까지 이 동상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기념거리를 꾸미는 조형물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부산시가 임시수도 기념관을 이승만 기념관으로 조성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후 이 전 대통령의 동상인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며칠 뒤 이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가 뿌려졌다. 현재 이 동상은 보수를 위해 철거됐다.
논란은 부산시로부터 시작됐다. 부산시는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2년 6개월가량 이 전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등으로 사용돼오던 임시수도 기념관(사빈당) 옆 옛 부산고검장 관사를 헐어 임시정부 전시교육장으로 조성할 계획을 지난달부터 추진했다. 그러나 4·19민주혁명회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민주성지’ 부산에 이승만 동상이 세워진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임시수도 기념관을 새롭게 꾸민 뒤 명칭을 ‘이승만 기념관’으로 변경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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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이 나자 부민동민들은 불만이 많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하순석 씨(75)는 “역사란 잘된 것도 있고, 잘못된 것도 있지만 그 자체가 역사다”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준식 씨(20·동아대 행정학과 1학년)는 “개인을 우상화하는 동상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