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공천 공감’… 당사자측은 부인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9대 총선에서 계파 안배를 지양하고 인물 과 능력 위주의 공천 방향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본보 17일자 A1면 MB-박근혜, 계파 초월한 공천…
현직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정권 재창출의 결정적 변수가 될 내년 총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천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볼 수 있어 당장 현역 의원들의 ‘물갈이 공포’가 확산되는 조짐이다.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측은 17일 일제히 “공천 원칙을 논의하거나 합의한 바 없다”며 부인하고 나섰지만 총선을 준비 중인 인사들은 공천 논의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핵심은 현역 물갈이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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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의 재선 의원은 “정치 신인을 공천하는 게 반드시 개혁 공천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역 교체 지수가 공천 개혁의 주요 지표로 사용되어 왔다”며 현역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소장파의 한 초선 의원도 “내년 총선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 기류도 읽힌다. 상향식 국민공천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공천 방식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논평을 내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 만우절 농담도 아니고 자괴감을 갖게 한다”며 “계파 정치의 수렁에 빠진 당의 현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친이계의 한 중진 의원도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총선은 당이 해결할 문제로 여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일각에서 “박 전 대표는 공천에 대해 논의하거나 들은 바도 없다”고 적극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 15대 공천 어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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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는 현철 씨는 “15대 총선 전략은 당 총재를 겸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며 “대권, 당권이 분리된 현재 상황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2004년 17대 총선 공천도 수작(秀作)이라는 평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흔들리던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을 내세워 기존의 계파 안배보다는 당선 가능성과 참신성,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개혁 공천을 주도했다. 그 결과 121석을 건져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