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어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32억1060만 원이 선고됐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측근이 기소돼 실형이 선고된 것은 처음이다. 천 회장은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워크아웃 조기 종료와 세무조사 무마 같은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죄가 인정됐다.
천 회장은 고려대 교우회 회장으로 2007년 정치후원금 기탁과 선거운동을 통해 이 대통령의 당선에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 천 회장과 이 대통령은 고려대 61학번 동기생이다. 그는 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금융계는 물론이고 국가정보원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결문에 드러났다. 그가 친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에 자족하고 자중했더라면 이런 수모와 고통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주변에서 좋지 않은 소문이 날 때 그를 말리지 않은 권력 주변의 인사뿐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도 책임이 있다. 재판부는 “혈연 지연 학연과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고 죄질도 가볍지 않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권력형 비리의 척결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짐했지만 측근 비리가 천 회장 하나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최근 현 정부의 대통령정무1비서관을 지낸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이 비서관 재임 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측근 비리는 임기 초에는 숨어 있다가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는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꼬리를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이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의 화두로 제시했지만 남은 임기 1년 8개월 동안 대형 게이트가 터지면 공정사회는 물 건너가고 대통령의 권위도 추락할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들과 측근의 비리로 임기 말에 식물 대통령처럼 됐던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 대통령은 ‘측근 비리는 곧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으로 50년 지기(知己)인 천 회장에 대한 법원의 실형 선고를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